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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Dec 30. 2019

Find beauty in you

요즘 Slowly라는 펜팔 어플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애플리케이션인데,
실제 거리와 편지를 주고받는 시간이
비례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계속 쓰게 된다.
카톡 감옥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정도 느림은 마음 건강을 위해서,
 나아가 우아한 생존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하다는 생각이다.

Slowly에서 인도에 사는
멋진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는 중독 치료를 받고 있고,
나는 우울증과 절친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대 형성이  됐다.
그는 아주 사려 깊어서 내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것을 조금  거시적이고 신성한 관점에서
바라볼  있도록 도와준다.
약간의 과장을 덧붙여서,
내가
 아무래도 Cheeseball(개성 없는 사람)인가 .’

라고 2병처럼 징징대면
그는
‘Find beauty in you.( 안의 아름다움을 찾아봐)’

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Find beauty in you.
이건  안에 이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제안이다.

그는 연애고수가 분명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것은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
누군가가 훼손을 시도한다 해도
언제나 내가 나일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이다.
삶이 지옥 같을 때도 나를 웃게 하고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해도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증거가 된다.

펜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생각이 많아져서
옛날에 찍은 사진을 꺼내봤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떠올려보기 위함이었는데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약 2년 전쯤에 찍은 사진 속 나는
너무나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웃었나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아이 같은 웃음이다.
특히 라오스로 봉사활동을 떠났을 때
찍었던 사진이 가장 그랬는데,
돌아보면 인생에서 그때만큼
마음이 너그러웠던 적은 없었다.

살다 보면 손해를 피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누군가가 자기 것은 내어주지 않으면서
내 것만 취하려고 하거나,
타인으로 인해 내가 분명 상처 받게 될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위로가 되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좀 지고 살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삶의 목적은 타인을 이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며
스스로에게 떳떳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클리셰처럼 느껴지지만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정석이다.

나를 통해 이기적으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이
배부르고 등 따숩게 잘 순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 같은 웃음은 짓지 못할 것이다.
정주영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범인이 범죄현장에 다시 오는 것처럼
당신을 말로 찔렀던 사람들은 당신의 다음 상황을
다시 보러 온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이건 다른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자신만의 행복과 이득을 위해 타인을 파괴한 사람은
지난 일에 미련을 갖고 끊임없이 합리화하게 된다.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상대가 고통받는 모습에
희열을 느껴 그런 행동을 할 테지만,

(이 경우 상대는 미친X이니 신경 쓰지 말자)
대부분의 멀쩡한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이기적인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는 받을지언정, 우리는 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를 이기고
성숙의 다음 챕터로 넘어간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나를 이용하려는 상대에게
똑같이 이기적인 방법으로 맞설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대신 ‘감당하기’라는
더욱 고귀한 방법을 택했다는 걸 잊지 말자.

어쩌면 내가 전과 같은 미소를 짓지 못하는 건
나도 나만 생각하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당장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무기로 삼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을까.
이런 모습은 펜팔 친구가 말한 ‘Beauty’와는
인도와 한국의 거리보다도 더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이미 아이처럼
웃어본 적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적당한 예시는 아니겠지만

음주운전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나도 두 번이라고 그런 웃음을 짓지 못할 건 없다.
그래서 하는 자랑인데,
어제는 시간에 쫓겨 뛰어가는 와중에
도로에서 생수통을 쏟은 사람을 도와주었다.
(이후 도둑질이라도 한 것처럼 도망쳤다. 난 소심이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번이 두 번, 세 번이 되고 매일이 되면
누군가 내게 이기적으로 굴 때
‘마음이 아름다운 내가 다 품어주리라’는 생각으로
너그러운 웃음도 지을 수 있을 것이고
집에 가서는 오늘도 괜찮은 하루였다고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대도
마음에 아름다움 하나쯤 간직하며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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