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사는 한 벌의 옷만 가지고 태어났다
곡예사는 아흔아홉 가지 색의 인형을 가지고 있다 인형은 아흔아홉 가지 색에서 한 가지 색으로 이어지는 실에 연결되어 있다 곡예사는 밤마다 촛불 앞에서 인형을 춤추게 한다 얼굴에 비친 그림자는 촛불보다 따뜻하다 곡예사에겐 아흔여덟 가지의 다른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그림자보다 따뜻해진다
그라디언트에게 단색은 질주하지 않는다 그라디언트에게 단색은 주석을 달지 않는다 그라디언트에게 단색은 폭력적이다 그라디언트는 물감을 사러 가서 뚜껑을 얻는다 뚜껑 안쪽에 묻은 단색을 몸통에 긋는다
옷이 맞지 않을 때마다 문지방에 대고 키를 재는 아이처럼
그라디언트는 스스로 질주하고 스스로 주석을 붙이고 스스로 보듬는다 날이 갈수록 영롱해진다 옷이 한 벌뿐인 곡예사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그림자는 모든 색이었고 단색을 포함하여 따뜻하다
고 인형이 일기장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