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 Dec 16. 2018

내 숨이 끊어지고 나서도

나를 기억해 줄 이를
꼽다가 밤이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되고, 그리고,
그러다가 그냥 그만 두었다.

고개를 처박고 흐느끼는
길고 둥그스름한 살점들과
그 옆에 비스듬히 기댄
손톱달이 눈을 내리깔고
그게 뭐가 중요해,
어차피 그들도 사라질 거잖아
라고 말했다 그건 참
뜨거웠다 그리고 말은
먼지가 되어 내 눈가 밑에
소복이 내려앉았다.

먼지가 모이고 모이면
눈처럼 보일까 그럼
그건 더이상 먼지가 아닌걸까
날카롭고 둥근 절단면에
토옥 탁 하고 손 끝에서
튀어 나오는 하루의 파편들을
끼워 맞추면 그건 나일까
어느 게 모서리인지도 모를
기억의 퍼즐을 맞추면 그건
삶이 되는가

아버지가 메리크리스마스하며
손목에 채워준 시계가 멈추면
그땐 시간을 반으로 쪼개어
하나는 엄마의 굽이치는 미간
하나는 길고양이 잠자는 보일러실
창 틈 사이로 또르르
굴려보내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