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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Nov 17. 2019

인생이 잘못 찍힌 사진 같을 때

우리에겐 더 고귀한 길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가끔 삶이 잘못 찍힌 사진 같을 때가 있다. 사진  모든 사물이 제각기 어긋나 있어서 아무리 애써도 보기 좋은 수평이 맞추어지지 않는 . 이럴  우릴 괴롭히는  결국 처음부터 잘못 찍은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처음부터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은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헛된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존재 이유까지 비관하게 한다.  


이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각의 보석으로 자리하고 있고, 그 보석은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햇빛이 스며드는 각도에 따라 어느 보석은 눈부시게 빛이 나고, 어느 보석은 어둠에 묻히기도 하지만 각자가 보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언제든 빛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모든 보석들은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한 보석의 떨림은 그물을 타고 가까운 보석뿐만 아니라 반대편에 자리한 보석에게도 전해진다. 따라서 우리(보석)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모두의 아픔은 줄이고 기쁨은 함께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모든 사람의 존귀함과 연대의 중요성이다. 살다 보면 남과 비교하게 되는 일, 나의 이익만 챙기고 싶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비유는 나 자신이 보잘것없게 느껴지는 순간마다, 그리고 이기적인 마음이 들 때마다 마음속에 등불을 켠다. 내가 나를 못난 사람으로 여기거나 남의 처지를 모른 척하려고 할 때, 비유의 등불은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밝혀준다.


잘 찍은 사진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괴롭다. 타인이 선망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주눅 들게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시기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더 건강하고 고귀한 길은 그럼에도 그들의 삶에 있을 균열을 살피는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만으로는 은밀히 숨겨진 고통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가졌는지보다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지를 궁금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은 상대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게 하고, 우리 내면의 비관과 이기심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위 비유에 덧붙이자면 각각의 보석이 가치 있는 이유는 불순물이 단 1%도 섞이지 않은 완벽한 결정체여서가 아니라, 군데군데 깨지고 흠집이 났음에도 깨어지지 않는 강인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삶은 없다는 엄밀한 진실을 자주 잊고 산다. 그러나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를 통해 말한 것처럼, 진정한 자유는 ‘근심 없는 낮이나 설움 없는 밤이 아닌, 이러한 것들이 삶을 옭아매도 얽매이지 않고 우뚝 설 때’ 찾아온다. 삶에 균열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지혜로워지는 과정으로 여길 줄 알고, 더 나아가 타인을 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정해준 완벽함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각자의 삶의 모습이 다를 뿐, 그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는 없으므로. 우리의 고유한 빛깔을 지켜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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