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 Nov 17. 2019

내 마음속의 '나'

당신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마다 하는 것이 있다. 머릿속으로 나를 떠올리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을 감고 나를 떠올리면 단발머리를 하고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이 보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요즘은 그 여학생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청바지에 짙푸른 티셔츠를 입은 20대의 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눈을 감고 나를 떠올릴 때마다 많아봐야 여섯, 혹은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자라서 학생이 되고, 이제는 여자가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자꾸만 변화하듯 내 마음속에 있는 나의 모습도 변화하는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실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면서부터 마음속의 ‘나’는 성인이 되었던 것 같다. 현실의 ‘나’와 마음속의 ‘나’ 사이의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주 먼 미래에는 그 둘이 한 곳에서 만나는 날도 올 것이다. 예전엔 눈을 감고 나를 떠올렸을 때 성숙해진 내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랐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과연 이게 좋기만 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게 말하면 살아가는 것에 능수능란해진다는 것, 내 것을 잘 챙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내 마음속에는 한 겹의 채가 있어서 마음 가는 대로, 내 모습 그대로 행동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차 없이 걸러낸다. 그렇게 여과된 결과물로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다 보니 전보다 덜 아프고 무언가를 잃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내가 받을 상처 혹은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순수한 호기심과 선의로 세상과 사람을 마주하던 내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것은 존재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커지지만, 어떤 것은 부재해야 비로소 의미를 남긴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의미는 남지만 어른이 아닌 것, 티 없는 것은 부재할 때보다 존재할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순수함이 부재하는 세상에서 마음에도 없는 웃음과 말을 하고 돌아선 누군가의 하루는 불편하고 추한 것이 된다. 그러나 순수함이 존재해주기만 한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변명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큰 욕심인 것 같지만, 언젠가 현실의 나와 머릿속의 내가 동일한 곳에서 만났을 때 순수한 호기심과 선의는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나와 나의 글로부터 어른이 아닌 것, 티 없는 것의 존재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도 가끔 눈을 감고 스스로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당신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떠올렸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함부로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