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아저씨
3시까지 팀원들과 야근을 하고,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위워크 선릉점을 출발지로 지정했다. 즐겨찾기에 등록된 우리 집을 도착지로 지정했더니 곧 택시가 잡혔다.
계단에 앉아 멍한 시간을 보냈고, 곧 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주변에는 단 한 대의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와 20여분을 통화했다.
삼성역으로 가셨다가, 선릉역으로 가셨다가, 골목길과 대로를 전전하신 듯했다.
지금 취소하고 다시 잡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상하게 나는 그 택시를 꼭 타고 싶더라.
기사님의 미안하다는 말을 수십 번 들은 후에야 우리는 만났다. 새벽 3시 30분이었다.
겨우겨우, 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만남이었다.
아저씨는 나를 반가워하시며 만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조용히 밤을 담으며 그 말에 대해 생각했다. 만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해놓고 마주치기만 하면 되는 택시, 그 만남조차도 참 고생스럽구나.
그럼 출발지도 목적지도 같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이 고생스러운 걸 어떻게 한 거야, 다들?
삼성역, 선릉역을 이리저리 헤맨 기사님처럼 그리고 결국 택시를 탈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내 삶에서 일어났던 모든 우연과 시행착오는 기가 막힌 확률로 나를 지금에 자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중 마음에 와 닿은 대사가 있다.
이 지구 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우리가 만난 거다.
단 하나의 사건이라도 어긋났다면 만나지 못했을,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이 있다.
정말 기가 막힌 확률로 만난 내 삶의 사람들. 만나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