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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May 20. 2020

2019년 6월 19일

작가의 서랍에 잠자던 글

 이상하게 외롭고 막연한 저녁이다. 아침 9시에 눈을 떴다. 출퇴근이 자유로운 회사를 다니다 보니 9시는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11시 30분이더라. 마음이 덜컹 했지만 이상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출근하니 12시 30분이었다. 근무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점심시간을 놓친 게 아쉬웠다. 하지만 날씨가 좋아 생각보다 아쉬움은 빨리 증발되었다. 


난 아무래도 카페인에 약하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뛴다. 우리 회사는 커피와 맥주가 무제한이다. 난 둘 다 좋아하지만 둘 다 가슴이 뛰어서 쉽게 마실 수가 없다. 공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너무나 내 입맛에 맞아 오늘도 콜드컵에 두 잔을 마셨다. 무엇에도 나약한게 분명한 나는 두스쿱의 얼음이 녹을 때 까지도 커피를 다 마시지 못했다. 항상 그랬지.


오늘 우리 건물은 정기적 전기점검 때문에 정전이 있었다. 8시에 정전이라고 했으면서..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쓸쓸했다. 난 오늘 화장도 잘 됐고, 옷도 예뻤고, 날씨도 좋았다. 그럼에도 슬픈 이유가 뭘까. 

난 참 좋은 사람이다. 나쁜 생각을 할 때면 죄책감에 시달려 바로 초기화 해버린다. 사람을 보며 나쁜 생각을 하거나, 함부로 그들의 배경을 판단할 때 잦게 회의감에 빠져든다. 내가 뭐라고. 그치?


집에 오자마자 씻고 이부자리에 드러누웠다. 불을 껐는데도 불이 켜져있는 기분이었다. 무언가가 종결되지 않아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 갑자기 든 생각이 있다. 불을 꺼도 불이 켜져있는 기분이 나을까, 불을 켜도 꺼져있는 듯한 기분이 나을까? 아마 전자는 찝찝하고 후자는 불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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