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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May 20. 2020

이번 스테이지는

각자의 지도

사람은 모두 길을 따라 걸으며 산다

로드맵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지도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같은 지도는 단 한개도 없으며 / 살아가며 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종종 본인의 지도를 내밀며, 이게 보물로 향하는 길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쭉 가다보면 숲이 보일거야, 숲에서는 무조건 엎드려서 지나가.

물은 위험하니까 근처에 가지말고 / 숲을 빠져나와 보이는 바다에서는 무조건 놀아야해.


하지만 너의 숲과 나의 숲은 다르고, 너에게 숲이 있었던 길에 나는 사막이 있을 수도 있다.

애초에 다른 스테이지를 가는 데 같은 지도가 무슨 소용인가?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른 사람이 내민 지도를 눈 뜨고 무시하곤 했는데,

이 감정을 정리하고자 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계속 미뤄뒀었다

(새벽에 급 떠올라 적는다.)


모두는 다른 스테이지에 서있고, 너와 나는 아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도 다른 세상에서 누구도 다른 캐릭터의 로드맵을 가져와 똑같이 따라 할 수 없다.

어떤 다른 캐릭터라도 나에게 본인의 맵을 내밀며, 내가 이 길로 왔더니 클리어했어. 분명 너도 같을거야.

말하며 강요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내가 클리어 했던 스테이지와 같은 객체가 나오는 세상을 걷고있는 니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 토끼를 만나면 당근을 줘봐. 내가 그렇게 했더니 은혜를 갚으려고 따라오더라.

혹시 길을 가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조심해. 내가 그 구덩이에 빠져서 3일간 나오지 못했거든. 잘 살펴보고 건너.

길을 걷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면 충분히 대화를 해봐. 그렇게 해서 생긴 게 바로 내 파트너야.


앞으로 쭉 가다보면 숲이 보일거야, 숲에서는 무조건 엎드려서 지나가.

오두막은 위험하니까 근처에 가지말고 숲을 빠져나와 보이는 바다에서는 무조건 놀아야 해.


누구도 다른 사람의 스테이지를 걸어본 일은 없기에,

나에게 위험하고 무서웠던 숲이 너에게 새소리가 들리는 행복한 공간일 수도 있다.

나의 지도를 보고 무서워 니가 숲을 지날 때 바닥에 바싹 붙어서 지나갔다면, 넌 새소리는 커녕 숲의 초록을 보지도 못할 수 있다.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일렀던 오두막에는 새로운 가족들이 살고 있을 수도 있으며, 숲을 빠져나와 보이는 바다에는 상어가 우글댈 수도 있다. 나의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상상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게 삶이라고 한다. 나는 내 삶의 결정은 삼고초려하면서, 타인에게 하는 충고는 어찌 그리 쉽게 내뱉는가? 남이 뭘 하든 말든, 그건 니가 지도를 그려나가는 방식이며 내가 그 스테이지에 들어가 함께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모든 참견은 사절이다. 위험하다고 말해도 어차피 난 할거다.

난 말을 잘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먹으면 죽는 독사과를 내가 궁금해한다면, 말려줬으면 좋겠다. 참 모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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