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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Dec 19. 2019

전하는 글

연말 선물과 함께하는 쪽지

안녕하세요. 이번 겨울은 춥다 못해 참 시립니다. 공기는 탁해 푸른 하늘을 본 지도 오래된 것 같습니다. 푸른 하늘이라도 있으면 아름다운 기억으로나마 이 추위를 미화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겨울에는 그 고유한 온도의 냄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계절에 향기가 있을 테지만, 겨울 냄새는 참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추위에 코가 붉어질 때면 겨울의 향을 조금 더 오래 머금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계절마다 공간마다 사람마다 고유한 냄새가 있습니다. 이 냄새는 단순히 보관할 수 없어, SNS로도 메신저로도 공유할 수 없습니다. 향을 담고 있는 공간에서 그 시간에 직접 맡은 것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길을 걷다 문득 느껴진 향기에 오랜 추억을 떠올리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그래서 당신이 2019년 겨울을 참 향기로운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으면 해 선물을 전합니다.


인센스 스틱은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진해지면 독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작은 제 방에서 두 개의 스틱을 동시에 켰다가 당황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 부분만 잘 유의하시면 인센스는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매일 밤 인센스를 켜고 휴식을 취합니다. 당신이 인센스를 통해 적어도 잠들기 전 두어 시간 정도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주제넘을 수도 있지만 저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에 말씀드리는 거니 마음 쓰지 말아 주세요.


저는 당신이 무슨 향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다만 제가 운이 좋아 저의 선물이 당신의 휴식에, 염원에, 기억에, 공간에 스며들기에 적합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2019년을 향기롭게 마무리하세요.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한 해를 보내주심에 깊게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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