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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Nov 27. 2019

영웅이 되는 길

'자기만의 모험' - 이우 

 사실 그들은 우리에게 하등 도움이 되질 않는다. 저마다 처한 상황도 입장도 다르기에.
또한 그들이 안내하는 길 끝에는 그들이 있지 우리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는 들어가며 영웅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영웅들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가족과 집을 두고 보따리를 싼 후 먼 길을 떠나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모습?

나라를 세우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을 버리고 나라를 건국하는 모습?


모든 사람의 진로가 영웅은 아니겠지만 모두 영웅을 동경한다.

나는 영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쉽게 영웅이 되는 법을 소개한다.


미지의 세계로 자기만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 처음 보는 풍경들이 가득한 그 세계에서는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새로운 인연이 있고 사건과 시련도 있다. 마치 영웅의 일대기처럼.


저자는 도보에 갈증을 느끼고 산티아고로 떠났다. 무언가를 향해 진득하게 두 발로 걷는 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 사람다운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났다.


부엔 카미노 Buen Camino.

이방의 순례자, 카페의 주인, 식당의 주인, 주민들까지 모두 순례자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직역하면 '좋은 길', 통상적으로 '좋은 여정 되세요'라는 의미다.


좋은 길이란 뭘까? 같은 길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힘들고, 누군가에게는 회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길일 것이다.

같은 순례길 위에서도 모두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보폭이 다르다.

부엔 카미노는 모두에게 달라 보이는 길 위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빨리 걸어, 똑바로 걸어. 가 아닌 당신 나름의 좋은 여정을 응원해주는 말이다.


그 모든 길이 아름답고 좋은 여정인 것이다. 부엔 카미노, 말이 참 곱고 따뜻하다.


잠시 보폭을 맞췄던 것뿐, 다시금 자신만의 발걸음으로 돌아간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순례자들은 걷고 대화를 하며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보폭을 침범하지 않는다. 당신과 나의 보폭과 속도가 다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보다 느리다고 해서, 당신이 나를 기다려 줄 필요는 없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되는 순간 그 길의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보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모두 일정한 속도와 보폭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리고 조금만 느려지거나 삐끗하면 낙오자인 듯 바라본다.

순례길에서는 모두가 나만의 길을 걷는다. 모든 사람이 함께 걷는 듯 하지만, 결국 나만의 길이다.

나만의 숨을 뱉으며, 나만의 발걸음, 나만의 속도,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다.


환 더즈 환

 환은 알아서 할 거야. 저자가 함께 걷는 무리에서 벗어나 그의 길을 걸는 일이 잦아지자 생긴 말이다.

저자는 참 행복했을 것이다. 내가 무리에서 벗어나도 그들은 나를 믿고 기도해준다니.



나는 순례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궁금해졌다. 광활한 평야와 숲, 풀과 나무와 벌레, 오아시스, 그리고 같이 걷는 순례자들.

책을 덮었을 때는 당장 떠나고 싶었다. 당장 튼튼한 신발과 가방을 메고 끝없는 비포장도로를 걷고 싶었다.


하지만 곧 순례길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걷는 출퇴근길, 그리고 편안하고 따뜻한 집에서도 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집 근처 공원에 앉아 단풍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짐작해볼 수 있다.


당장 산티아고로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니, 내 주변 소중한 순례길들을 정복해야겠다.

그럼, 산티아고에서 만날 수 있는 나만의 영웅을 위해. 부엔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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