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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Nov 06. 2019

절대

절대적과 상대적인 것에 대하여

그믐


며칠 전 동생이 학교 과제로 연극 감상문을 내야 한다고 해서, 쫄래쫄래 극장에 따라간 적이 있다.

워낙에 연극을 좋아하니 2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고, 관객과의 대화는 처음이라 설렜다.

소설을 각색해 만들어졌다던 연극은 '우주 알'이 몸에 들어온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교차해서 보여준다.

주인공은 오직 인간만이 시간을 한쪽 방향으로만 체험한다고 했다. 시간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우주에는 처음과 끝이 없다고 했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연속체라고 했다.

나는 특히 시공간 연속체 대목에서 이해가 가지 않아 나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비스듬한 자세로 극을 진행한다.

여자도, 남자도, 아주머니도, 학생도, 선생님도 모두 고개를 비스듬히 꺾거나 다리 한쪽을 절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왜 비스듬하게 자세를 취한 거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이에 배우들은 '사회적 소수자를 표현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극장을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언덕을 계속 올랐다.

오르면서 비스듬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에 대해 생각했다.


비스듬하다는 건 생각해보면 상대적인 기준이다.

누군가가 비스듬하다는 것은, 내가 서 있는 것이 똑바르다는 가정하에 정의되는 것이다.

당장 종이에 선을 그어도 종이를 몇십 도만 돌리면 비스듬한 선이 된다.

사회적 소수자를 표현하기 위해 비스듬해진 배우들은 사실 이제야 똑바르게 섰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나도 분명 비스듬하다.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최근에 읽은 책에서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이다.

여기 우리가 사는 곳에는 마치 절대적인 기준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많다.

하지만 그것들 또한 모두 개인의 집합이 만들어 낸 평균일 뿐이라면 어떨까.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으니 틀린 건 없다. 

서로가 서 있는 각도가 다르니 각자의 선을 그릴 수 있고, 비스듬한 선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개인에게 절대적인 것들이 모여 모두에게 상대적인 세상을 만든다.


그래, 우리는 틀린 적이 없다.

각도가 다른 우리는 틀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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