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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Mar 07. 2021

성수대교

소원을 말해봐


나는 너와 함께 퇴근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얘기했었다. 어느 늦은 10시에 너는 삼성중앙역으로 와줬고, 조금 취한 나는 너와 함께 3011번 버스를 탔다. 비틀거리며 의자에 앉아 손을 잡고 가만히 있었다. 도산공원에서 내렸다. 141번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엉덩이가 시리지 않게 만들어 놓은 정류장 의자는 그날따라 적당히 따뜻했다.


버스가 도착했고,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버스에는 마치 너랑 나 뿐인 듯 간질간질했다. 나는 항상 퇴근 버스에서 너와 통화를 하곤 했으며, 성수대교를 지나고 있다는 말을 종종 했다. 성수대교는 언제나 셀 수 없이, 알 수 없이 반짝이는 불빛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이 너와 함께 보고싶었다. 매일 보는 일상적인 풍경이었지만, 가끔은 새삼 경이로운 그 성수대교의 모습을 너와 같이 보고싶었다. 사람이 많아 앉아서 편하게 함께 밖을 보는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 허리를 조금 굽혀 바깥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차체 탓에 손을 잡지도, 로맨틱한 말을 주고 받을 수도 없었지만 대신에. 그 순간 우리는 오롯이 서로였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작은 거북이처럼 목을 빼고 창을 바라봤다. 나는 창밖과-창에 비친 우리에 번갈아 초점을 맞추며 서있었다. 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만원인 141번 버스에서, 각자 손잡이를 움켜쥔 채 허리를 숙여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빛을 바라보던 금요일 밤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의 온도와 감정과 버스의 움직임까지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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