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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May 29. 2021

영원

과거 · 현재 · 미래에 걸쳐서 끝없이 계속되는 시간

사흘 전, 남자 친구에게 영원히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몇 분 동안 나는 그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며 영원에 대해 생각했다.


이거 그냥 하는 말이구나.

처음에 들었던 생각이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종종 남자 친구는 뜬금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뱉곤 한다. 내가 갑자기 사랑해?라고 되묻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내가 되물으면 너는 항상, 언제나 사랑해.라고 항상, 언제나 대답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은 이상했다.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불가능, 가능 여부를 떠나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네가 이상했다.


나는 답을 한참 고민하다가 "나는 지금 네가 제일 좋아"라고 답했다.

이것이 나의 진심이자 내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나의 마음이다.

너는 "지금은"이라는 단어에 서운해했지만,


나에게 과거는, 그리고 미래는 내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이라. 그곳에서 너를 사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에.

그냥 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공간에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불가능하다 싶다가도,

불가능하기에 모두들 영원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차며 터무니없는 것들에 의구심을 품게 되는 나를 만났다.

영원은 터무니없게 커다란 단어 - 자주 쓰지 않는 말이기에, 그 한마디가 마음에 폭 들어와 계속 맴돈다.


남자 친구는 종종 나에게 참 낭만 없다며 핀잔을 주곤 한다.

어쩌면 난 그 말의 자음과 모음을 하나하나 튿어 보느라 조금 느린 것뿐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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