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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Apr 13. 2022

디스크조각모음

연차 대비 퍼포먼스가 참 안 나오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한지 어느새 4년이 넘었고 교육 기획을 맡게 된 건 3년이 되어간다. 아직 어리고 배울 것이 많은 시기임은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문득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슬퍼진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힘, 어떤 것을 모르고 어떤 것을 알고 있는지 직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모르겠다.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질문하기보다는 아는 체하는 나를 발견할 때 한참 낮아진다. 저 아래 끝이 어딘지도 모를 물속으로 빠진 듯 답답하고 속상하다. 주눅 들지 않기로 매일매일 나 자신과 약속하고 매일 어기는 중이다. 내가 조금은 지친 모양이다.



화요일마다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오늘은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처음 문법을 배웠다. 용언이고 체언이고 어미고 어간이고 주어고 서술어고 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것들이라 어색하다.

수업 중 군더더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도록 노력해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문장은 군더더기 투성이다. 열 살 남짓,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내 문장에는 항상 불필요한 있어빌리티 요소가 있다. 스스로 굉장히 지양하는 글쓰기 방법이기 때문에 고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나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고치지 못한다. 즐거운 글쓰기를 이어가기 위해 고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글쓰기 수업이 좋다.



자꾸 배가 고프다. 특히 00시 30분쯤 항상 무언가를 먹고 싶어 진다. 몸이 헛헛한 건지 마음이 헛헛한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따금씩 먹을 것을 찾는다는 게 사실 심심하기 때문임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어떤 행위를 해서 이 지루함을 잊고 먹는 즐거움으로 채우고 싶어 하는 경향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내가 가끔은 밉다. 그냥 배고파서 먹었다고 생각하지. 안 좋은 점은 밤에 먹은 음식은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다음 날 아침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접속사가 없는 문단의 아름다움을 안다. 각 문장들이 독립적인 객체로 존재하고 그 자체로 의미를 담는 것을 좋아한다. 접속사가 있으면 문장이 매끄럽고 서사가 잘 보이지만 문장들이 너무나도 유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문단으로써 거대하게 존재할 수 있다. 접속사가 없는 경우에는 각 문장이 또렷하게 성격을 나타낸다. 자칫하면 각 문장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의 일기가 될 수도 있다. 접속사 없이 글쓰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접속사 없이도 완성될 수 있는 문장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전한 문장은 접속사가 있어도 빛이 난다. 오롯이 나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가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접속사로 다른 문장이랑 이어져도 보고,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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