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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May 28. 2022

젖은 시집

압책

슬퍼할 일 없는 하루의 끝

책 더미에 물을 쏟았다


간이 정수기 출신의 조금 맑은 물은

검은 입자가 섞여 자세히 봐야 거뭇하다


책 더미를 세로로 타고 내린 물은

침대를 적시고 베개를 적시고 기억을 적시고

손가락 사이를 적셨다


괜히 심술이 나서 누구의 탓을 할까 고민하다가

바닥에 그저 펼쳐본다


젖은 시집은 밤공기를 품으며 바싹 마르니

단어의 농도는 짙어지고

문장은 자글자글해지고

순간은 압화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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