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 이렇게 별이 많이 떴다. 한 걸음마다 별이 찍혀있었다. 너 혹시 정적이 괴로운 지금의 나를 헤아려준 거야? 걸음걸음 움푹 파인 자국에 내가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냥 자국에 앉아서- 오늘따라 하늘이 둥글다고 생각하고 별들이 나를 걱정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둥근 하늘이 나를 안아주는 거야. 양재동에 이런 하늘이 뜨는 날이 있다.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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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역 근처 술집을 지나 집에 가는 길에 커다란 고양이를 만났다. 본능적으로 쪼그려 앉아 입으로 츳츳 소리를 냈다. 마음 안 작은 간절함이 불을 밝혔다, 한 번만 와주라. 걔는 내민 손을 지나쳐 내 허벅지에 딱 붙어서 섰다. 걔는 시선을 나와 반대로 하고 있어 내가 안 보였을 것이다. 나는 걔가 안 보였다. 근데 우리는 결국 만났다. 닿았다. 그 큰 마음에 감동을 받아 빳빳한 털을 한참 쓰다듬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또 각자의 암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