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엽 Oct 29. 2020

조선 좀비와 목사의 딸

 아빠, 좀비 영화 보는 거 안 좋은 거야?

“아빠, 기독교인이 귀신 영화 보는 거 안 좋은 거야?”


어느 날 딸아이가 불쑥 던진 질문이다.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언니와 대화 중 나온 얘기란다. 그 언니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대중문화가 신앙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민감해한단다.

기독교인이라면 악마라든지 귀신, 좀비 등을 소재로 하는 호러 영화는 보지 않아야 한다며.. 이에 대한 딸아이의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아마 아빠가 목사니까 자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줄지 알았나 부다..

그러나 정작 그 ‘목사의 딸’은 평소 이 문제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넷플렉스를 통해 요즘 핫한 ‘조선의 좀비’를 즐기던 딸아이는 갑작스러운 언니의 질문에..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신앙인’ 임이(특히 ‘목사의 딸’ 임이..) 생각난 듯하다.

자기도 응당 그 언니처럼 신실하게 굴어야 하지 않나.. 하는 모진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한창 잘 생긴 아이돌 가수들에게 야광봉 들고 날뛸 나이에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신앙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에
한편으로 대견스럽게 느껴진 나는

자세를 고쳐 잡고 딸아이의 질문에 귀 기울였다.

질문의 요지는 이렇다..

신앙인으로서 그 언니의 말에 수긍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신앙인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이해 가는데.. 마음은 자꾸만

 “영화는 문화의 일부분일 뿐이고 남들 다 즐기는 것인데 무슨 상관이람.. 이 언니 너무 유별난 것 아니야?”라는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빠, 누가 잘못된 거야?”

잠시 머릿속에서 계산을 했다. 나 또한 평소 넷플렉스에 빠져.. (자빠져) 있는 아이의 모습이 맘에 안 들었던 터라...
이렇게 애가 마음이 흔들릴 때.. 강하게 밀어붙여? 좋아 기회는 찬스다! 이 기회에 잔소리 좀 하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거봐 그 언니도 그러잖아? 이제부터 너희도 넷플렉스 그만보고 매일 성경 한 쳅터씩이라도 읽어라!..’ 이런 생각을 하며 목소리를 ‘설교 모드’로 바꾸었지만 그러나 정작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둘 다 맞다.”였다..

그렇다. 둘 다 맞을 수 있다. 반드시 누구 하나는 틀려야 하고 누구는 옳아야 하는 건 아니다. 혹자는 최소한 선과 악의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분이 없다. 선과 악의 판단은 그분의 몫이지 우리에게 맡겨져 있지 않다.

한 사람이 맞게 되면 다른 사람은 자연적으로 틀리게 된다.
달라진 둘은 서로 하나 되기 힘들다.  서로 사랑하기 힘들다.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이 원하시는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다. 예수님은 어느 누구도 옳고 그름으로 구별하려 하지 않았다. 예수님과 가장 결을 달리 한 바리새인 마저도 ‘저들을 용서하소서’라는 말로 품으셨다.

자신을 십자가에 달리게 한 그들마저도...

우리는 결코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판단하고 구별할 자격이 없다. 그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자녀들이 그저 한낱 ’ 종교인’으로 자라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아이들이 ‘종교인’이 아닌, 건전한 신앙을 지닌 인격체로 자라나기 원한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누군가를 판단하고 구별하기보다는 수용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내 믿음과 내 판단을 고집하고 강요하기보다는 남의 믿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기 원한다.


무엇 보다도 예수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기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은 85도씨 소금 커피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