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엽 Mar 26. 2024

목사님, 어떻게 해야 구원받을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제가 목사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는 바로 구원에 관한 질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주로 어떻게 하면 구원받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를  질문하기 이전에그보다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구원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그토록 바라는 구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나요 하고 묻는 것은 마치 목적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는 이러한 일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그저 학과 이름만 보고 무엇을 공부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대학 학과를 고르기도 하고 또 졸업 후에는 좋은 직장이란 어떠한 곳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그에 대한 부작용이 얼마나 심한지 모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세상에 구원이 뭔지도 모르고 구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구원이란 예수님 믿고 천국 가는 것 아닙니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날 교회의 가르침 가운데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점입니다


구원에 대해 너무나 가볍게 구원이란 그저 예수 잘 믿어 죽어서 천국 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영원히 불타는 뜨거운 불구덩이를 면하는 것이라고 너무나 강렬하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 놓는 바람에 오늘날 기독교 신앙을 '예수천당 불신지옥' 단 한마디로 표현되는 가볍고 천박한 종교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저에게 '목사님 어떻게 하면 구원받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그보다 먼저 

구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하고 되물어보곤 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이란 단순히 예수 믿고 천국 간다 라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보다 깊고 심오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이 그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천국과 구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구원에 대해서 가장 성경다운 설명을 해보자면 저는 이렇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구원이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 바꿔 말하면 '예수님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즉 구원이란 우리가 쉽게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죽어서 천국이라 지칭되는 어떤 곳에 들어가야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 자체가 구원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다고 했을 때 이것은 몸에서 빛이 나고.. 그런 어떤 신비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과 모습으로 창조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때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이란 신학적으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는 하나님의 성품적 측면을 말한다고 보는 해석이 가장 무난합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하나님의 성품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구원이란 하나님의 성품, 즉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가운데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말하는 사랑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어사전적 의미의 사랑과는 다릅니다


하나님의 성품으로서의 사랑은 이해, 용서, 연합, 하나, 구원 등의 뜻이 모두 포함된 개념.. 아니 그 이상의 개념입니다


구원을 이렇게 본다면 구원이란 기쁨과 동시에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처럼 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어떻게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으며

원수를 사랑할 수 있으며

우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말입니다


사실 막연히 악인을 사랑하라고 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 하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악인이라 해도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막연한 사람이라면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세계 평화를 위해...

인류를 위해 기도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원수는 

그런 막연한 원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이 말하는 원수는  '네 원수'를 말합니다

나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입힌 사람..

내 마음속에 엄청난 원한이 쌓여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가끔 초인적인 힘으로 원수를 용서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뿐더러 

사실 그런 사랑은 정신승리에 가까울 뿐

성경이 말하는 원수 사랑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사랑,

하나님이 하신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구원이라면 그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자기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했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말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네 몸과 같이'라는 말을 빼어버리고

그냥 네 이웃을 사랑하라 로..

살짝 바꾸었습니다


그런 이웃 사랑은 별 부담이 없습니다

어디까지가 나의 이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것도 내가 정하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진 자 만을 이웃으로 여기고

그들만 사랑하려 합니다


'사랑할 만한 자'를 사랑합니다


나의 부모와 형제, 가족은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 있지만 

나에게 해를 끼치는 원수는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러한 사랑은 악명 높은 악당도

도둑놈도 하는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사랑이라고 말씀합니다


이러한 끼리끼리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단호하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사랑은 

원수 되었을 때 하는 사랑을 말합니다


로마서에서 말씀하듯

우리가 아직 원수 되었을 때..

우리에게 행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씀드리자면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는 말씀의

보다 근본적인 뜻은


너와 너의 이웃은 

마치 네 몸처럼 하나이니

서로 분별하지 말라는 데에 있습니다


선하신 분은 오직 한 분

선과 악의 분별은 오직 하나님만이 하시는 일이니

너희는 그저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만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이 땅 가운데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시는 사랑은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하나님은 그 해를 선인과 악인에게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구분 없이 내리십니다


죄는 미워하지만 

죄인은 이해하고 용서하고 품어주는 

그런 사랑입니다


십자가 사랑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랑입니다 


자신에게 십자가를 지게 한 원수를 

용서하고 품고 구원하는 사랑이 

바로 십자가의 사랑입니다


예수 믿고 구원받는다는 말은..

(예수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단 말은..)


신학적으로는 주로

예수의 십자가 대속으로 말미암어

우리의 죄가 사함 받고 

구원을 얻는다고 해석되지만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예수가 행하신 그 사랑을(십자가를 지신 그 사랑을)

우리가 동일하게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그 사랑으로 구원을 받기 때문에

우리도 바로 그와 같은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45절은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라고 말씀합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쏙 빼어 닮은 자입니다

아들이 된다는 이 말은 아버지처럼 된다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닮는 일은

예수님을 닮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들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하나님을 닮아가게 되어있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보여주시고...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나를 닮으면)

즉 나의 형상을 회복하면

너희는 나의 자녀가 되고 

(하나님과 같은 자가 되고) 

거룩한 백성

온전한 백성이 될 수 있다고...

바꿔 말하면 

구원을 이룰 수 있다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구원에 대한 보다 가까운 참뜻일 것입니다

성경은 구원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아우르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구원을 단순히 죽어서 천국 가는 지극히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앙적 성숙이란 교회생활 열심히 한다고

봉사활동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적 성숙이란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이 가르침에 대한 삶 속에서의 자발적 실천이 기쁨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구원을 얻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지 말고 구원을 삶가운데 누리시는 성도 되시길 

예수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가 죽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