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 8요일'에서 바보 조지가 전해준 메시지는?
제 8요일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인데요
우리나라처럼 할리우드 영화 좋아하는 나라에서
유럽영화가, 그것도 프랑스 영화가
개봉관에서 상영되는 경우는 별로 흔치 않은데
제 기억으로는 개봉관에서까지 상영되었고
주말 저녁 TV에서도 방영했던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조지라는 다운증후군 환자가 나오는데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가 주인공을 맡아 연기를 하여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유명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여러 가지 명대사가 있는데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7일째 안식을 취하신 후
뭔가 빠진 것이 없나 생각하셨고
그다음 날 8번째 날에 조지를 만드셨다..
여기에 나오는 8번째 날은 바로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주일입니다
안식일
성경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7일째 날에 안식을 취하십니다
그리고 이 날을 기념하라 명하시죠
그래서 유대인들은 창세기 말씀을 따라
오늘날까지도 7번째 날 안식일을 목숨처럼 지킵니다
하나님의 직접적인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이 안식일 규정 때문에
주일성수라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주일성수 개념은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강한 것 같습니다
주일을 지키지 못하면 신앙적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식일은 주일이 아닙니다
안식일과 주일은 엄연히 다릅니다
안식일은 7번째 날이고
오늘날 기독교의 주일은
안식 후 첫날, 즉 8번째 날입니다
그러므로 주일을 안식일처럼 지키는 것은
사실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주일 성수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이 날을 지킨다는 면에서 분명
안식일과 주일 사이에는 연속적인 면이 있습니다
신약성경 또한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이들과 같이 행하지 말고
모이기에 힘쓰라고 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안식일과 주일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그러므로 여기에는
연속성과 함께 불연속성이 공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안식일과 주일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는
바로 그날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제정하신 이유는
피조물의 안식, 즉 쉼에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결혼 제도처럼
일종의 창조 원리입니다
사람은 반드시 남녀가 합하여
하나의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명하신
결혼 제도처럼
안식일 또한
사람은 노동 후에는 반드시 쉼을 가져야 한다는
창조 원리인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은 물리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쉼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땅 또한 안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이 안식 명령은
사실 역사적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일반 평범한 사람들에게 쉼이, 안식이 보장된 예는 별로 없습니다
오늘날 일반인들이 일주일 중 하루를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된 것은
기독교 정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근대 이후의 일에 불과합니다
그전까지 안식은(쉼은) 신의 영역이었고
기껏해야 신의 계급에 편승한 왕이나 귀족들의 몫이었지
일반 사람들에게 늘 그림의 떡에 불과했고
인간은 늘 신의 안식을 위해 애쓰는
한낱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시대에, 구약시대에 모세는
하나님의 안식 명령을 아예 법으로 만들어
철저하게 지킬 것을 명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당시 모세의 율법은
급진적인 인권법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쉼이 보장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시대에
왕은 물론이고 누구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지나가는 나그네나
하다못해 집안에서 키우는 가축들까지도
철저하게 쉼을 보장했던 법이
바로 모세의 십계명, 안식일 법이었고
이것이 바로 안식일의 의미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식일의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는
바로 피조물의 육체적 '쉼'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신약성경 속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들 중에는
주일에 쉬지 못하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있습니다
간호사나 소방관등 주일 성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혹 가다 주일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교회를 못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하나님께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교회에서 들은 수많은 간증들이 한결같이
주일 빼먹고 골프 치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던지
반대로 어렵게 주일을 지켰더니
큰 축복을 받았다는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일을 지키지 못하면 왠지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잘못된 신앙입니다
그것은 참되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아니라
사이비 무당을 믿는 우상 숭배 신앙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주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나와 앉아 있어야만 복을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교통사고를 당하게 하시는 그런 하나님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오히려 피조물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안식, 쉼을 보장해 주시는
그런 하나님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며 행해야 할 것은
이 법을 안 지키면 벌을 받으니 조심해야겠다 하며
불안해 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날에 마음껏 안식하며
이 날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참된 예배는 안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기쁜 소식 즉 복음이라고 하고
예배 때 찬양, 즉 노래를 하는 것은
우리의 이러한 기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배는 사실
잔치가 되어야 하고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안식일과 주일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입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날이 가지는 의미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문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면 목사님
주일 성수 안 해도 되는 것인가요?'
'아니 하나님께서 그렇게나 강력하게 안식일을 지킬 것을 명하셨는데
안식일이 아닌 주일을 지키는 것이 성경적으로 옳은 일인가요?'
'주일은 옛날 로마인들이 태양신을 섬기던 날이라던데
그래서 일부러 주일을 섬기라고 강제적으로 만들었다던데...'
이와 같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하나하나 답변을 드리자면
주일성수 안 해도 되냐고요?
이 질문은 마치 반바지 입고 예배해도 되나요?
하는 질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물론 반바지 입고 슬리퍼 싣고 주일에 교회에 나오면 안 됩니다
마치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반바지 입고 슬리퍼 싣고 오면 안 되듯이
안됩니다
하나님이 눈살 찌푸리시기 전에
먼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것입니다
그러나 수련회에 가서 예배한다든지
혹은 여행 가서 옷이 반바지 밖에 없는데
예배에는 참석해야 하는 경우라든지
피치 못할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보란 듯이 반바지에 슬리퍼 싣고 온다면
고인을 경멸하는 것이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에 그런 복장에라도
고인의 명복을 빌러 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일 성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주일은 거룩하게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거룩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포멀하고 엄숙한 것만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거룩이란 '구별됨'을 말합니다
이끼는 것을 구별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우리가 주일 오전 11시에 주일 성수를 하는 것은
꼭 그날 그 시간을 하나님이 원하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장 아끼는 시간을
하나님께 기꺼이 소비하는 마음이..
그 기쁜 마음이
예배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때론 반바지에 슬리퍼가
그 사람에게 최선일 수 있습니다
때론 주일이 아닌 수요일 저녁이나 목요일 오전이
최선인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하나님께 예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마음을 받으십니다
비록 주변사람들은 그 사람을 손가락질할지는 몰라도
정작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의 예배를 받으실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하나님께서 그렇게나 강력하게 안식일을 지킬 것을 명하셨는데
안식일이 아닌 주일을 지키는 것이 성경적으로 옳은 일인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제가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그토록 강력하게
안식일에 양을 잡고 피를 뿌리고
유월절을 지키고 무교병을 먹으라고 명하셨는데
그 말씀은 왜 안 지키냐고 말입니다
안식일법은 당시 유대인들에게 명하신 사회법입니다
이웃 민족들 이방인들은 지킬 필요가 없는,
오로지 유대인들을 구별하기 위해 명하신 사회법이란 말씀입니다
사회법은 늘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때마다 제사상을 차리며
홍동백서니 어동육서니 하며
조선시대 제사법을 지금까지 고집한다면
누구나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조상을 공경해야 한다거나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변함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식일을 지키는 방법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신앙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유대인들조차도 안식일을 지키는 방법은 변했습니다
AD 70년 로마에 의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 성전이
돌 위에 돌하나도 놓이지 않게 철저하게 파괴되고
또 디아스포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유대인들은 그들의 상황에 맞게
안식일을 성전 중심이 아닌 회당 중심으로
고쳐서 지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명령대로라면 양을 잡고 제사를 올려야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유대인들은
제사대신 회당에 모여 말씀을 읽고 자녀를 교육하며
서로 친교를 나누는 것으로 안식일을 지켜왔던 것입니다
이렇듯 사회법은 늘 변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그 법에 깃들인 정신과 의미를 계승하는 것이
훨씬 더 본질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유대인들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주일은 옛날 로마인들이 태양신을 섬기던 날이라던데
그래서 일부러 주일을 섬기라고 강제적으로 만들었다던데
하나님을 진정 섬기는 사람이라면
안식일 교인들처럼
주일이 아닌 안식일에 예배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라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질문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질문인 것이
주일이 선데이.. 미트라라는 태양신을 섬기던 날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로마인들은 일요일뿐만이 아니라
모든 요일에 섬기는 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은 달의 신이고 화요일은 전쟁의 신
그리고 안식일인 토요일마저도
새턴이라는 농업의 신을 섬기는 날이었으니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사실 토요일도 섬기면 안 되는 날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오늘날 기독교가 안식일이 아닌
주일에 모이는 이유는
소위 안식일 교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로마 황제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초대 교회 때부터 주님이 부활하신 날을
주의 날, 주께 속한 날이라고 해서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주일에 모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즉 주님 돌아가신 후에도 상당기간
초대 교인들은 주일을 기념해 왔었고
다만 로마제국의 콘스탄틴 황제가
제국을 통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이를 공식적으로 법제화했을 뿐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역사적 사실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며 가장 무서운 것이...
그래서 피해야 할 것이 바로
문자적 율법주의에 함몰되는 것입니다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다름 아닌 문자주의적이고 율법주의적인 신앙이 어떠한 것이지
보여주는 생생한 실례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끔찍하고도 무섭습니다
제가 초반에 말씀드린 영화 제 8요일은
칸영화제 수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
그래서 칭송을 받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사람들에게 감동은 주는 이유는
사실 별거 아닙니다
세상 사는 거 별거 아니다
얼마든지 웃고 살 수 있다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이고
너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하나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심각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리들에게 마치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들 그렇게 심각하게 살아갈 필요 없다..
그렇게 죽자 살자 살아갈 필요없다
내가 너희에게 허락한 세상은
영화 속 바보 조지가 하는 것처럼
늘 웃고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너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아등바등하며 죽기살기로 지켜야하는
제7요일, 안식일이 아닌
바보같은 조지가 태어난...
바보같은 예수가 다시 태어난...
제 8요일이다
주일이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평안을 누리는 것이 참된 신앙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려분
안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세상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