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어쩌면 좋아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저희 같은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자녀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먼저 만일 저의 아이가 질문자님의 자녀처럼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어떠할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 또한 큰 충격과 함께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차근차근 생각해 본다면 이 문제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우선 목사로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점은 아이의 신앙에 관한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 애가 동성애라는 죄를 지어 지옥에 가면 어떡하지?.. 하는 문제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걱정은 비단 자녀가 동성애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20대 청년들 가운데 과연 부모 눈에 만족스러운 신앙생활을 하는 자녀가 몇이나 있을까요?
과연 오늘 당장 죽는다 해도 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부모의 마음을 놓이게 할 수 있는 자녀가 몇이나 있을까요?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자녀가 동성애 때문에 지옥에 가면 어쩌나 하는 고민 또한 그리 특별한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동성애는 성경에서 금하는 죄악이지만 성경은 동성애만 금하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을 범하는 것도 이성 간의 간음죄도 동성애 못지않은 커다란 죄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동성애로 죄를 짓는 청년보다는 이성애로 남몰래 죄를 짓는 청년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만일 동성애 성향의 자녀의 구원문제가 걱정이 된다면 동일한 심정으로 오늘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안식일을 범하고 사주카페에 가서 점을 보고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 수많은 다른 자녀들의 구원문제 또한 동일한 심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고민은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로 살아가면서 받는 차별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제 주변의 제 나이 또래의 부모 세대의 눈에는 동성애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종의 혐오스러운 그 무엇입니다 (특히나 신앙인들은 더 하죠)
그러나 요즘 세대의 젊은 사람들은 동성애를 더 이상 혐오스럽거나 죄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젊은 세대는 동성애를 그저 자기와는 다른 삶의 양태로 바라볼 뿐이며 심지어는 동성애를 쿨한 모습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더욱이 우리 자녀 세대들은 부모 세대의 판단과 시선에 별로 영향을 받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 세대의 낡은 세계관을 꼰데스럽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러니 나의 자녀가 동성애자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차별이나 정신적 고통에 관한 문제는 단지 우리 부모들이 제삼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걱정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부모로서 자녀의 동성애 문제와 관련한 또 하나의 걱정은 출산과 양육에 관한 부분일 것입니다
동성애로서는 자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손주 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 된 입장에서 나의 자녀가 동성애로 인하여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면 너무나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비단 동성애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대다수의 일반 이성애자들 또한 자녀 가지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록적인 출산율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 문제의 원인이 동성애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자녀 문제는 사회적 문제는 될지언정 동성애 문제로만 국한시킬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만일 자녀 양육에 대한 엄청난 부담과 고충에 대한 사회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반 이성애 커플 또한 자녀 출산을 꺼려할 것이고 이는 단지 손주를 안아보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으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저는 목사로서 기본적으로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에 명백히 동성애는 죄라고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동성애가 성경에서 말하는 명백한 죄라면 동성애라는 죄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성경에 입각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성경은 비단 동성애뿐만 아니라 간음하는 것도 죄이며 안식일을 범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죄라고 말씀합니다
심지어는 부모에게 불효하는 것도 죄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구약 성경에선 간음죄는 발견 즉시 현장에서 돌을 던져 사형에 처해도 무방한 중죄였습니다
간음죄는 오늘 날로 따지면 불륜을 저지르는 죄인데 성경대로 따지자면 이들은 모두 사형을 시켜야 하는 중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신약에 오면 예수님께서는 현장에서 붙잡힌 간음한 여인에게 죄인임에 틀림없었지만
'누구든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며 그 누구도 그 여인을 정죄할 권리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동성애도 죄이고, 간음과 같은 이성애도 죄이고,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는 동일한 죄인이니 서로가 서로를 정죄하지 말고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날 우리가 동성애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동성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수님이 죄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성세대, 부모세대의 신앙인들은 동성애자를 마치 흉악한 죄인 보듯 혐오스러운 눈길로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 몸, 한 가족이니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시종일관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말씀을 드리는 저 또한 동성애 문제를 일반 죄와 구별된 특별한 죄로 여기는 시각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오늘날 우리 기독교계가동성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를 대처하는 방안에는 잘못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동성애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성애 자체를 부정하거나 동성애자는 죄인이니까 깡그리 부정해 버리자 하는 것은 마치 모든 인류가 죄인이니 없애버리자는 것과도 같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죄와 인간을 분리하여 다루셨듯이 우리 기독교인 또한 동성애라는 죄와 인간의 인권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동성애자 또한 다른 죄인들과 마찬 가지로 그들의 상황과 입장에 대한 배려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오히려 올바른 신학적 관점입니다
동성애자 또한 성적 취향은 일반인과 다를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격과 인권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 앞에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남자나 여자나, 장애인이나 동성애자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 평등에 관한 오해입니다
소수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러나 이 말은 소수와 다수가 무엇이든 동일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한때 예수님의 평등사상을 무엇이든 똑같이 나누어 갖자는 말로 오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공산주의자들 가운데는 유독 깨어있는 지식인들이나 기독교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똑같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거나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평등하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렇게 가르치신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동성애 관련 논쟁이 정치적으로 뜨겁습니다
여기서도 저 또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제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의 교감 선생임이 동성애자였고 교과 과목에 동성애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정책들이 무차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젠더 화장실이라고 해서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신체를 가지고 여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거나,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과시하려는 듯이 일부러 공개적으로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퀴어 퍼레이드' 나 '동성애 축제' 등은 분명 올바른 행위가 아닙니다
전혀 배려받을 행위가 아닙니다
동성애는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고 이를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평등이란 각 사람에게 부여받은 인격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의미이지 공산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똑같이 나누어 가지자는 기계적 평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정상이라고 주장하면 안 됩니다
동성애는 배려받아야 할 소수의 성향이지 자랑스럽거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인권이 권리이듯이 다수의 인권 또한 동일하게 보장받아야 할 인격적 권리입니다
두 개의 동일한 권리가 충돌할 때에는 언제나 사회적 합의에 따른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100프로 완전한 정답은 없지만 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결과가 바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배려’입니다
'배려'입니다
다수가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또한 동시에 배려받는 소수가 다수의 희생과 배려를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면 이 또한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자신이 소수이고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기독교계가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에는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요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하여 동성애 문제를 비롯한 각종 차별 문제가,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 진영과
찬성하는 진보 세력으로 양분되어 이를 마치 선과 악의 싸움처럼 바라보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것 같은데...
기독교인들은 절대로 진영 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의 정치 싸움에 말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철저하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시 세금 문제나 안식일 문제를 정치적 문제와 연관시켜 예수님의 주장을 정치적으로 옭아 매려는 당시 종교인들의 계략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정치계에 만연한 '극우 보수 = 기독교'라든지 '태극기 부대 = 기독교'라는 공식은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기독교는 보수의 편도 아니고 좌파 진보 세력의 편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모든 것을 품으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성경의 정신은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배려입니다
이 배려의 정신이 율법으로써 보호되고 있을 뿐 소수의 권리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동성애 문제는 이러한 기본적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목사님, 저희 아들이 동성애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라는 상담 문의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이렇게 답이 길어졌는데...
우선 먼저 그 아이를 꼭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어떤 판단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어떤 신앙적 조언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저 그 아이의 편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네가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임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속삭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너의 동성애라는 죄로 인해
신앙인인 엄마가 받고 있는 고통에 대하여
아이와 함께 진솔하게 나누시기 바랍니다
판단하지 마시고
정죄하지 마시고
그저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전부입니다
왜냐하면 동성애는 죄이지만
그것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더 큰 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