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건이 있답니다
아내가 제 생일을 기념해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평소 저의 로망이 캠핑카 여행이었기에
에어스트림 캠퍼 숙소를 예약해 놓은 것입니다
다녀온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내부는 고급 호텔 못지않게 좋은데
문 열고 나오면 바로 캠프 파이어를 할 수 있고
밤하늘의 별을 마음껏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냥 좋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밤이 되니 사막의 기온이 급강하했고
어설픈 캠핑 실력에 캠프파이어용 불을 붙이는데 무척이니 애를 먹었습니다
겨우 불을 피우긴 했는데
이미 추위에 너무 많이 떨어서인지
그만 감기 몸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기어들어가 쓰러졌는데
깨어보니 새벽이었습니다
계산해 보니 거의 10시간을 잤더군요
그때부터는 몸살 기운에 온몸이 아프고 기침으로 인해 고통스러운데
잠은 안 오고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 가며 시간을 보내는데
1분이 10분 같고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겨우 잠이 들었다가 깨어 보면 겨우 1시간 지나있고
그렇게 7~8번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날이 밝아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감기 몸살로 아픈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깨어서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런 무의미한 시간이 너무나 더디 흐른다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오억 년 버튼' 이야기가 떠 올랐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데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친구와 길을 가다 우연히 어떤 제안을 받게 되는데
눈앞에 있는 버튼을 한 번 누르기만 하면
천만 원을 당장 현찰로 받게 된다는 제안입니다
너무나 쉬운 일이어서 믿지 못하자 추가 설명을 듣게 됩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몸이 다른 세계로 옮겨가서
그곳에서 의식을 가지고 오억 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억 년을 보내고 나면
버튼을 누르고 있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와
천만 원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옆에 있던 친구는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고 천만 원을 받아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버튼을 누르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 미지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오억 년의 시간을 '한 땀 한 땀' 체감하며 보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오억 년..
체감이 잘 안 되시죠?
인간이 꽤 오래 살면 100년을 살죠
그렇게 일평생을 살아도
4억 9천9백9십9만 9천9백 년을 더 보내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라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저는 처음에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잠시 망설였습니다
물론 홀로 오억 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기억이 말끔히 사라진 채 현실로 돌아와
버튼 한 번으로 천만 원을 받아간다면
꽤나 매력적이 제안으로 들렸거든요
그런데 이번 독감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의미한 시간의 더디 감...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지옥에 대해 언급하신 내용이 몇 군데 있습니다
지옥은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고
사람마도 불로써 소금 치듯 함을 받는 곳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는 지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지옥이 그만큼 끔찍한 곳임을 비유적으로 가르치는 말씀일 것입니다
성경에 천국과 지옥에 대한 묘사가 많은 이유는
성경이 가르쳐 주려는 그 무엇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천국과 지옥만큼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다가오는 비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구원을 천국과 연관하여 설명하는 이유도 바 여기 있습니다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고대인들에게 천국의 모습은 주로 황금과 보석으로 만든 집,
각종 실과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배불리 먹고 장수하며 편안히 사는 모습으로 설명됩니다
그것이 그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고대인들에게 오늘날의 특급 호텔 조식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 준다면
아마 호텔을 천국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천국의 모습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만화에서 본 천국의 모습은
나무에서 초콜릿과 빵이 열리고
수도꼭지를 틀면 콜라 사이다 오렌지 주스가 나오는 그런 곳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미국 햄버거집 어디 가나
콜라 사이다가 물처럼 나오지만
그곳을 천국으로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천국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의 상징이라면
반대로 지옥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곳의 상징일 것입니다
고대 시대에 배불리 먹고 보석으로 치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었다면
뜨거운 곳에 데어 그곳이 곯아 썩어진 곳에 구더기 들끓는 모습은 최악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독 성경에는 불과 유황 못에 던져지는 모습이
지옥의 상징처럼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지옥은 어떤 곳일까?' 했을 때
'과연 현대인들에게는 어떤 것이 가장 고통스러울까?'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이 단지 아픈 것,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사랑을 좋은 것, 쾌락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사랑은 즐겁고 행복하고 기분 좋은 어떤 것이지만
때론 부모의 희생, 선생님의 회초리, 따끔한 충고 등으로도
얼마든지 표현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통 또한 아프고 괴로운 것이지만
항암 치료제의 고통이나
운동선수들의 훈련받을 때의 괴로움은
지옥의 고통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차라리 스스로 손과 발과 잘라버리고
스스로 눈을 빼어 버리는 것이 나을 정도로
피하라 하신 지옥의 고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서두에 말씀드린 '오억 년 버튼' 이야기의 백미는
주인공이 홀로 오억 년을 보내게 되는 과정을
너무나 실감 나게 표현하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미지의 세계에 떨어진 지 3일 동안 출구를 찾아 헤맵니다
결국 출구 따위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저앉아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첫 일주일을 보냅니다
3개월 후, 이 장소가 엄청나게 긴 세월을
보내야 하는 곳임을 점점 깨닫기 시작합니다
배도 고프지 않고 딱히 아프지도 않지만
왠지 막연한 공포가 엄습해 옵니다
6개월 뒤, 왼 손과 오른손으로
혼자서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합니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 추구합니다
끝말잇기, 한 발로 걷기.. 좌우간 매일 시간을 보냅니다
정말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급기야는 자기 이를 뽑아 던져 놓고
뽑은 이를 다시 찾는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40년이 흐르자 주인공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버튼을 누른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흐릅니다
그렇게 일평생을 살아도
아직 4억 9천9백9십9만 9천9백 년을 더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흐르고
이곳이 온 지 10,000년이 지납니다
이제 주인공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둡니다
하지만 죽는 것은 물론 의식을 잃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10,000년 간 1분 1초를 찬찬히 인식하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오억 년의 만 분의 일도 살지 못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4억 9천9백9십9만 년을 더 보내야 합니다
독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일주일 가량 보낸 뒤
지옥에 대한 저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영원한 단절과 무의미한 시간의 더디 감...
단 며칠 동안의 경험만으로도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고통의 핵심은
물리적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영원한 단절'에서 오는 절망감입니다
성경에서 그토록 지옥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옥의 핵심이 바로
영원한 단절 이기 때문입니다
무엇과의 단절이냐면 바로 하나님과의 단절입니다
사실 창세기 3장의 선악과 이야기는
하나님과의 단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떨어져 나온 세상은 바로 지옥인 것입니다
아니 세상이 지옥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요?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성경에서 묘사하는 지옥의 모습과 다른 점이 있나요?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끔찍하고 고통스럽다는 일들도 그렇지만
세상 속에서 나와 남으로 단절된 채 살아간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가 스스로의 독방에 갇힌 채 살아갑니다
남의 아픔에 동감할 줄 모르고
남의 기쁨에 함께 기뻐할 줄 모릅니다
함께 살지만 모두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고독사라는 말을 너무나 흔하게 듣는 세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무서운 사실은
수많은 전쟁과 산불과 기근과 끔찍한 기억들이
한 세대만 지나도 곧 잊힌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동일한 전쟁과 산불과 기근과 전염병을
똑같이 되풀이하며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오억 년 버튼 이야기의
마지막이 어떻게 끝나는지 아십니까?
그렇게 처절하게 오억 년을 보낸 후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옵니다
현실로 돌아온 순간 주인공이 지금 방금 경험한 것은
단지 1초 전에 버튼을 누른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로 현금 천만 원을 받은 사실입니다
맛을 들인 주인공은 곧바로 버튼을 연속으로 16번을 누르고
'오억 년 16번 왕복 코스'가 개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삶 가운데 수많은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때론 고통 가운데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본다면
그 고통들 가운데 대부분은 직 간접적으로 자신의 선택과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꼭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나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류 공동체가 선택한 결과를
지금 우리가 산불로, 기후 변화로, 전쟁으로 기근으로 전염병으로 겪고 있는 것입니다
지옥은, 하나님과의 단절은, 그 단절로부터 오는 처절한 고통은
결국 인간 자신의 기꺼운 선택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낙심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겐 구원의 손길이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그리 멀리 있는 일도 아닙니다
돌이켜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숨어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구할 때, 두드릴 때, 찾을 때 반드시 돌아보시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를 알게 될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됩니다
하나가 됩니다
이웃이 내 몸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참 평안을 얻게 됩니다
그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아는데 힘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