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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Nov 27. 2020

김치찌개 끓이는 목사님

3천 원에 밥공기 무한리필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 목사가 보내준 동영상 때문이었다. 


'김치찌개 끓이는 목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영상을 보내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 

같은 목사로서 너무나 닮고 싶은.. 존경스러운 목사님을 알게 된 거 같아서다.


최운형 목사..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사는 엘에이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중대형 교회인 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였던 그분이 지금은 서울 한구석에서 3000원에 무한리필로 밥공기를 제공하는 김치찌개 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란다.


처음에는 그저 한 탕 어그로 끌려는 목사들의 뻔한 수작쯤으로 여겨져 안 보고 있다가.. 동영상을 보내준 친구 목사가 원체 내 성향과 비슷한 친구인지라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보냈지? 하며 호기심으로 시청했다.


그러나 영상 속 목사님의 눈빛과 말투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 진심 같은 것이 느껴져 동영상을 시청한 이후 그 목사님에 대해 여기저기를 찾아보았다.


알아보니 대형교회 부목사를 거쳐 세계선교교회에 담임목사로 청빙 되어 바로 작년까지도 활발하게 목회하시던 분이었다. 


내가 목사라서 잘 아는 사실이지만 웬만한 교회 담임 목사 청빙 공고가 한 번 나가면 이력서가 수백 통 쌓인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같은 것이 담임목사 청빙 받는 일인데 이 분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울에 반지하 셋방에서 잠을 자며 김치찌개 집을 운영한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걸 보면서 정말 그 목사님의 말에 무지하게 공감이 된다는 사실이다. 가슴이 막 뜨거워지면서 그 목사님이 막 부러워지는 거다. 요즘처럼 목사 노릇 제대로 하는 목사가 별로 없는 세상에 정말 제대로 된 목사님을 알게 된 것 같아 너무 기뻤다.


내친김에 예전에 그 목사님이 계셨다던 세계 선교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 그 목사님 설교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2018년도에 했던 '성전을 깨끗하게 하시다'라는 제목의 설교 한편을 들어보았다.  어쩜 그리 내 생각과 일치하는지..(ㅋㅋ) 계속 맞장구치며 듣게 되었다. 


동영상을 보내준 친구 목사는 갑자기 교회를 그만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을 보내왔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 조그만 카페 같은 것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 친구.. 군대 있을 때 나의 선임이었고 총신대 출신으로 나를 신앙으로 이끌어준 친구였는데..  아마도 그 동영상에 느끼는 바가 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보내준 것이다. 나보고 어쩌라구 ㅠㅠ


하여간 요즘 이런 목사님들이 하나둘씩 늘어간가고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참고로 유튜브에서 '김치찌개 최운형 목사' 치면 나온다. 내가 시정한 것은 유튜브 CBS '모두의 거실'에서 제작한 13분짜리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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