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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Jan 11. 2021

10분 만에 꿰뚫어 읽는 사무엘서

그깟 10분도 투자 못하냐?

요즘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서 '아빠와 함께 10분 만에 꿰뚫어 읽는 성경'을 업로드하고 있다. 창세기부터 시작했는데 지난주 순서가 사무엘서였다. 그동안은 원고 없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했던 것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편집하여 올렸는데 지난주 부분은 실수로 영상이 녹화가 안되었다. 어쩔까 하다가 다시 기억을 더듬어 글로 옮겨 브런치에 올려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이게 맞는 거 같다.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원고를 써가며 해야겠다. 

<사무엘서 꿰뚫어 읽기>    

사무엘서는 사실상 다윗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온통 다윗 이야기다. 기-승-전 - 다윗이다.  제목이 사무엘서라고 해서 사무엘을 주인공으로 한 위인전쯤 되겠구나 생각하며 읽은 척했다가는 필경 본의 아니게 자신의 평소 성경 지식을 드러내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무엘서는 상권 31장과 하권 24장 두 권의 책에 총 55장으로 구성된 성경책이다. 꽤 길다고 느껴지는 창세기나 출애굽기가 각각 55장과 45장인 것을 감안해 본다면  사무엘서는 분명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쫄 필요는 없다. 분량은 많지만 구성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사무엘서는 단지 세 사람의 중심인물이 펼치는 이야기다. 사무엘과 사울과 다윗.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네 부분으로 나뉘어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이야기의 첫 부분은 사무엘에 관한 이야기고, 둘째 부분은 사무엘과 사울, 세 번째 부분은 사울과 다윗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세 부분이 사무엘서 상권을 구성한다. 네 번째 부분은 다윗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무엘서 하권 전체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분량의 3/4이 다윗 이야기다).

세 사람의 중심인물
- 사무엘
- 사울
- 다윗

네 부분으로 나뉘어 기술
- 첫 번째 부분: 사무엘 
- 두 번째 부분: 사무엘과 사울
- 세 번째 부분: 사울과 다윗 
- 네 번째 부분: 다윗 

우선 첫 번째 부분을 살펴보면 사무엘서 상권 1~ 7장까지이다. 우리가 잘 아는 한나의 기도 이야기가 이 부분에 나온다.  그렇다. 아들 낳게 해달라고 지성으로 기도해서 결국 응답받았다는 그 아주머니 이야기 맞다.

초반 사무엘의 탄생과 소명이야기와 함께 이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스라엘과 블레셋과의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법궤를 빼앗기고 그것을 다시 되찾는 과정에서 사무엘의 리더십과 통치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매번 지던 이스라엘은 최후 수단으로 실로에 모셔져 있던 하나님의 법궤를 메고 전쟁에 니간다. 설마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데 지겠느냐 하는 생각에서다. 결과는 대 참패다.제아무리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라 하더라도 그것을 부적처럼 사용하면 망하는 거다. 우리 귀에 낯익은 '미스바' 나 '에벤에셀'이란 말도 바로 이 부분에 등장한다.


두 번째 부분은 상권 8~15장까지이고 <사무엘과 사울>에 관한 이야기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보다는 자기들의 뜻을 펴는 왕정 국가를 요구한다. 마지막 사사 사무엘은 왕정 국가의 폐해를 일러주지만 백성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한다. 결국 왕정 국가를 허용하고 사울을 왕으로 세운다.  
 사울은 준수한 용모에 온 백성 중 키가 제일 큰 용사였다.  용사답게 사울은 암몬과의 첫 전투에서 승리를 쟁취하지만 이후 아말렉과의 전투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그 실수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불순종인데 이것이 치명적인 이유는 이 불순종이 단순히 하나님의 명령을 회피하거나 금하신 것을 범하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하여 적용한 ‘적극적인 불순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순종에는 회개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불순종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사울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제사장인 사무엘도 없이 제사를 드렸고 아말렉과의 전쟁에서도 그들을 진멸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가치 없고 하찮은 것들만 진멸하고 기름지고 좋은 것들은 남겨 두었다. 그리고 이를 나무라는 사무엘에게 사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실로 여호와의 목소리를 청종하여 여호와께서 보내신 길로 가서 아말렉 왕 아각을 끌어 왔고 아말렉 사람들을 진멸하였으나 다만 백성이 그 마땅히 멸할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길갈에서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하려고 양과 소를 끌고 왔나이다” (사무엘 상권 15장 20 ~21절)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이 판단하기에 좋은 물건이라 없애지 않고 남겼고 이것을  제사드릴 때 쓰면 좋지 않으냐.. 좋은 물건으로 제사 지내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무엘의 답이 그 유명한 성경 구절인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서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을 받게 된다.

세 번째 부분은 사무엘 상권 16~31장 끝부분까지인데 사울의 몰락과 다윗의 등장을 다룬다. 비록 사울은 13장에서 하나님께 버림받지만 그의 왕권은 31장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창세기에서 아담이 선악과를 먹은 이후 곧바로 죽지 않고 930년을 산 것처럼..)
다윗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골리앗과의 싸움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다. 거대한 덩치의 골리앗을 쓰러뜨린 후 다윗은 일약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가뜩이나 하나님으로부터 왕권을 부인당한 마당에 이러한 다윗의 인기가 거슬렸던 사울은 다윗을 필사적으로 죽이려 한다. 도망하는 다윗과 쫓는 사울 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윗은 도망하는 와중에 사울 왕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맞이 하지만 죽이지 않고 도망자의 신세를 계속 감내한다. 자신의 목숨보다 사울에게 기름 부으신 하나님의 주권을 우선시하는 다윗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 부분의 이야기는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전사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여기까지가 사무엘 상권의 이야기다.

네 번째 부분은 사무엘서 하권은 전체로 다윗에 대한 이야기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 1~9장까지는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과정(7장의 다윗 언약을 주목하자)
- 10~20장까지는 다윗이 부하 장수의 아내인 바세바를 범하는 죄를 짓는 사건과 그 결과 일어나는 일들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 마지막 21~24장은 일종의 부록으로서 다윗 통치에 대한 최종 평가이다.

사실 사무엘 하권의 메인 스토리는 다윗과  밧세바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20장에 걸쳐 기록된 이야기는 
- 10장에서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고
- 11장에서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있으며
- 12장에서는 이 사건으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하고
- 13~20장까지는 그 심판이 어떻게 실행되는 가를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로 이 사건을 심도 있게 밀착 취재하며 여러 가지 역설적인 모습을 대조적으로 부각하며 보여주는데 그 가운데서 우리는 
- 충성스러운 이방인 (헷사람) 우리아가 불성실한 이스라엘 왕을 섬기는 모습
- 이방인은 전시에 성적인 순결을 지키는 반면 이스라엘 왕은 그 이방인의 아내를 범하는 모습
-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왕은 충성스러운 부하 군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모습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후 사무엘서 13~20장까지 자세하게 그려지고 있는 바세바 사건의 결과로 인해 다윗 가정에 일어나는 하나님의 심판의 모습은 그 어느 역사소설 보다 흥미진진하다.
특히 다윗이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했을 때 친구이자 신하인 후새의 위장 전향 계략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장면이라든지 압살롬의 죽음, 그리고 사울의 아들이자 절친이었던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 이야기 등은 그야말로 사극 '용의 눈물' 만큼이나 재미있다.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사무엘서는 다윗서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윗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무엘과 사울은 다윗을 소개하기 위한 엑스트라 정도라고 해도 납득이 될 정도다. 그렇기에 성경에서 다윗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싶으면 사무엘서를 뒤적여야 한다. 괜스레 추측하여 ‘아 다윗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이니까 왕들에 대한 기록인 열왕기에서 찾아봐야겠구나' 했다가는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거다.(도대체 다윗이 어디에 있냐고.. ) 

암튼 정리하자면 사무엘서는 인간적인 약점과 동시에 굳건한 믿음을 지녔던 다윗 왕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스라엘의 왕정시대에 전개된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성경은 다윗의 영웅적인 행위와 업적에 주목하기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실수, 범죄를 더욱 비중 있게 다룬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평가기준은 이루어진 일이나 사건보다는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더욱 비중을 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의 결과는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 일을 행하는 나의 태도는 전적으로 나의 몫임을 생각한다면 하나님의 평가기준은 참으로 큰 은혜와 위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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