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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Feb 09. 2021

10분 만에 꿰뚫어 읽는 열왕기

사무엘서 다음이 열왕기이다

앞서 사무엘서가 총 55장으로 만만찮은 분량이었듯이 열왕기 또한 상권 22장, 하권 25장 합하여 47장의 긴 책이다. 더구나 열왕기는 창세기나 출애굽기처럼 줄거리가 쉽게 잡히지 않기에 더욱 읽기가 수월치 않은 책이다. 


이럴 때일수록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어떤 책이든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기 마련이고 결국 넓게 살피다 보면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맥락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도저히 맥락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저자의 잘못일 것이다. 결국 책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열왕기 상/하권의 구성은 매우 간단하다.  수많은 왕들의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어 얼핏 보면 복잡할 것 같지만 맥락을 잡고 보면 심플하다.  너무 간단해서 허탈할 지경이다.


<열왕기 상권>


우선 열왕기 상권부터 살펴보자면 상권 총 22장 중에서 절반인 1~11장까지가 솔로몬 왕 단 한 명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솔로몬 왕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이 부분에 몽땅 들어있다. 솔로몬 한 명으로 책 분량의 반이 해결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상권 12~15장까지는 솔로몬 왕 이후 어떻게 나라가 나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지면을 할애한다. 바로 이 부분에 르호보암과 여로보암 이야기가 등장한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어떤 어리석은 결정을 했는지와 솔로몬의 신하였던 여로보암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북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기록해 놓고 있다. 


15장에서 잠시 (이야기의 역사적 흐름을 위해) 통치기간이 겹치는 복 왕국과 남왕국 왕들에 관한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되지만 열왕기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북 이스라엘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16장부터는 온통 북이스라엘 이야기다. 여로보암 이후 세 번의 쿠데타를 통해 (바아사, 시므리, 오므리) 왕권이 계속 바뀌지만 네 번째로 왕위를 차지한 오므리 왕에 와서는 수도를 사마리아로 정하는 등 북이스라엘이 어느 정도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어간다. 그러고 나서 4대에 걸친 오므리 왕조가 시작되는데 오므리 왕의 아들이 바로 열왕기 상권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아합 왕이다.


그리하여 17~19장은 온통 아합 왕의 아내인 이세벨과 그 유명한 엘리야 선지자와의 대결 이야기가 이어지고 20~22장 끝까지는 아합이 빼앗은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와 아합의 죽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열왕기 상권은 솔로몬 왕과 아합 왕가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이다. 


 열왕기 상권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1~11장 솔로몬의 이야기   

     12~15장 솔로몬 이후 나라가 분열되는 이야기    

     16~22장 아합 왕을 중심으로 한 북 이스라엘의 이야기     

이렇게 간단하게 3등분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열왕기 하권>


열왕기 상권이 아합 왕의 죽음으로 끝났으니 하권은 자연스럽게 그의 아들 아하시야가 왕위를 이으며 등장한다. 상권 16장부터 시작된 아합 왕가(오므리 왕조)의 이야기는 하권 10장까지 이어지는데 하권 1장은 아하시야의 죽음을, 2장은  엘리야의 승천 그리고 3장부터 8장까지가 엘리야의 뒤를 이은 엘리사 선지자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바로 이 부분에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되살린 이야기라든지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한센병) 고친 이야기, 쇠도끼를 물에 뜨게 만든 사건 등 어린 시절 교회의 주일 학교에 다녔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재미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이후 11장부터 17장까지는 같은 시기의 남 유다의 상황과 아합 왕가의 뒤를 이은 예후 왕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합의 부하였던 예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아합 일가를 몰살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워가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소상하게 그려진다. 


단 한 가지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열왕기를 쉽게 읽어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팁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북 이스라엘의 아합 왕이 자신의 딸 아달랴를 남 유다 여호사밧 왕의 아들 여호람에게 시집보내면서 서로 사돈 지간에 된다는 사실이다. 이때 아합 왕의 두 아들이 '아하시야'와 '여호람'이고 남 유다 여호사밧 왕의 아들 이름 또한 '여호람', 여호람의 아들 이름이 '아하시야'이다. 즉 아합 왕의 두 아들 이름과 여호사밧 왕의 아들, 손자 이름이 서로 같다는 사실인데 바로 이러한 것이 열왕기를 읽는 독자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히브리어로 된 사람 이름조차 낯선데 똑같은 이름이 여기저기 튀어나오니 대체 누가 남 유다 왕이고 누가 북 이스라엘 왕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것이다. 분명 조금 전에 등장해서 죽었던 사람인데 몇 줄 읽다 보면 똑같은 이름이 또 등장하고.. 혹시 잘못 읽었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환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족 관계를 미리 정리해두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조금 줄어든다. 참고로 북 이스라엘 여호람 왕과 남 유다 여호람 왕은 서로 처남/매제 관계이다.(누이 아달랴가 남 유다 여호람 왕과 결혼했으므로..)     


그리하여 11~12장에서 남 유다의 상황이 소개될 때 예후의 심판으로 남유다의 아달랴가 죽고 유모에 의해 숨겨 지내던 어린 요아스가 남 유다의 왕위를 이은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소개되는 것이다. 


이 부분의 관전 포인트는 아합 왕을 심판하기 위한 하나님의 충성스러운 도구 도서 사용된 예후가 또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몰락하게 되는지를 살펴 봄에 있다. 이후 13~17장은 5대에 걸친 예후 왕조가 살룸의 반역으로 막을 내린 후 30여 년 동안 5명의 왕이 등장하며 결국에는 기원전 8세기(BC 721) 호세아 왕을 끝으로 북 이스라엘이 망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제 18장부터 끝까지는 홀로 남아있는 유다 왕국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18~20장은 그 유명한 히스기야 왕에 대한 스토리이며 (21장 므낫세와 아몬 왕을 지나) 22~ 25장 끝까지는 요시야 왕과 그의 세 아들 (여호아하스, 여호와 김, 시드기야) 대에 이르러 남 유다 또한 바벨론에 의해 기원전 6세기 초(BC 586년)에 망하는 이야기이다. 


열왕기 하권 또한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1~8장: 엘리야, 엘리사의 이야기(특히 3~8장은 엘리사의 활약상)   

     9~17장: 예후 왕조와 북 이스라엘의 멸망   

     18~24장: 히스기야 / 요시야 왕과 남 유다의 멸망. 끝.   


결국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았던 열왕기는 상권과 하권을 분리하여 구조를 살펴보면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내용임이 드러난다.


모든 역사 기록들이 그러하듯이 역사에 대한 기록의 목적은 후세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열왕기서의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지금까지 살펴본 열왕기의 구조를 생각해 본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파악될 수 있다. 이스라엘을 통치한 수많은 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몇 명만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왕기의 모든 평가의 기준은 왕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의 여부이고 그 결과 다분히 의도적으로 왕들에 대한 기록의 양이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룬다. 거의 모든 역사가 기록자의 어떤 특정한 관점(사관)에서 기록되지만 열왕기만큼이나 기록자의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역사책을 드문 것 같다. 왕들의 통치 기간이나 실제 업적과는 전혀 상관없이 기록자의 사관에 따라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소개되며 평가된다. 가령 북이스라엘의 여로보암 2세나 남유다의 웃시야 왕 같은 경우 실제 역사적으로는 나라를 전성기로 이끌며 오랜 기간 통치하였지만 열왕기는 이들을 각기 7절 내외로 간략하게 서술하고 넘어간다. 반면 솔로몬 이라든지 아합, 히스기야, 요시야 왕은 여러 장을 할애해서 다룬다. 또한 엘리야와 엘리사는 왕이 아닌 선지자이지만 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 모든 구성을 살펴볼 때 열왕기 저자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메시지란 바로 '하나님의 자녀'인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버림받은 이유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마주한 후세들이 직면하는 최대의 질문일 것이다. 창세기와 출애굽기 그리고 가까이는 사무엘서를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맺은 언약들(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 다윗 언약). 이스라엘의 영원한 왕위를 약속하는 이 언약들에 비추어 볼 때 이스라엘에게 일어난 이 모든 일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실상 열왕기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버리신 것이 아니라 왕들의 잘못된 통치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버렸다는 것.  실제로 그 언약들에는 이스라엘이 언약을 신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부대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언약을 위해 하나님이 제시한 조항들을 하나도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 열왕기 저자는 이스라엘 왕들의 행적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극명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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