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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Feb 11. 2022

누굴 뽑아야 합니까?

이번 선거에 누굴 찍을 것인가? 

선거철이면 가장 빈번하게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 사람을 뽑으려니 이러이러한 면이 맘에 걸리고

저 사람을 뽑으려니 저러 저러한 면이 맘에 안 들고

혹시나 나라가 잘못되면 어쩌나?

또 5년을 기다려야 하나? 등의

고민과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선거에서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신성한 투표의 권리를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민족의 장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선택하느냐 보다 

뽑힌 후에 그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부분이란 소리다


내가 뽑은 후보가

선거 전에 약속한 정책들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는지.. 

진정으로 공동체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등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참견하는 것이 

표 한 장 던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소리다.


선거철에 누구를 찍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고민을 하고

또 그 문제로 서로 쌈박질을 하는 것은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나의 책임을 

투표 한 번으로 그 후보에게

떠넘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선거제도에 있어서 투표라는 행위는

대의정치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투표만 하면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는 복잡한 이슈들이 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어느 정책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 수 있지만 다른 정책은 맘에 안들 수 있다. 

아니 필연적으로 그렇다. 

한 번의 투표로 나의 의견을 표현할 도리가 없다.


투표로써 대의 정치가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2500년 전 그리스의 아크로 폴리스 시절이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인구는

가장 인구가 많았던 아테네라 할지라도 전체 인구수는 

노예 포함 20-30만 명 사이였다고 하니

이 정도면 오늘날 서울의 일개 구 정도의 인구도 안 되는 수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중에서도 투표권이 허락된 사람은

 '시민'에 속하는 성인 남자들로서 

이들의 수는 폴리스마다 고작 몇 천명에서  몇 만 명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 수준에서는 

각종 사안마다 모여 투표를 하고 합의를 하여 

공동체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거대 국가 공동체 사회에서 

민주주의 대의 정치는 최선의 제도는 아닐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최선’의 정치 제도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럭저럭 땜빵하여 

고쳐 쓰고 있는 ‘차선’의 제도일 뿐이다.


상황이 그렇기에 현실적으로도 (투표 이외에) 

‘집회 결사의 자유’라든지,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 등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자면 자신이 선택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그가 전체 공동체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바르게 통치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참견을 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물론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시간 내서) 투표권 행사하는 것만도 

벅찬 일인데 뭔 개소리냐고 할 사람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현대 사회가 그토록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바로 그 투표를 통해서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뽑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어느 사이에 우리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주인으로서가 아닌

바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부속품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주체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소리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투표 한 번으로 우리의 할 일을 다해버렸다고 착각한다. 


그리고는 오로지 투덜거릴 뿐이다. 

잘못 뽑았다고 불평만 일삼을 뿐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에서 처럼

자유로운 사람, 진정한 시민 만이 실행할 수 있는 제도이고 

자유로운 사람이란, (진정한 시민이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저 뽑아 놓고 잘못 뽑았다고 한탄만 하는 사람은 

진정한 사민, 자유로운 시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노예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은 이유였을 것이다


우리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고민하고 


이후 누가 뽑히든지 간에 

그가 진정으로 공동체를 위하여 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하고 참견해야 한다.


예전에는 뽑아 놓은 권력에 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예전과는 다르다.  


인터넷을 통한 sns, 유튜브, 블로그 

등의 개인 미디어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예전처럼 뽑아 놓은 권력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마냥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길과 방법은 존재하는 것이다.  


선거에 (머리 뚜껑 열리도록)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임했듯이 


공동체의 운영에 관한 모든 일에 (머리 뚜껑 열리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운명은 어느 뛰어난 한 사람의 능력에 좌우되기보다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선거에서 누가 뽑히느냐는 정작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그러니 제발 누굴 찍어야 되냐고 묻지 좀 말기 바란다. 

누굴 찍어야 된다고 쌈박질 좀 그만하시길 바란다


다만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제발.. 남이 누구 편이지에 대해 관심 좀 끄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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