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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나 Mar 23. 2016

#9  가장의 짐을 짊어진 그대에게

어느날 눈 떠보니 스타가 되어있더라~


어느날 눈 떠보니 나는 6마리 고양이의 집사가 되어 있었다.

자의반 타의반 업둥이 2마리로 시작해 , 집사 생활 3년차에 셋째, 4년차에 넷째, 6년차에 다섯째, 8년차인 작년 가을에 여섯째가 차례로 내집에 입성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키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루, 나나 우리 셋이서만 오붓하게 살고 싶었고 그게 내 경제적 능력에도 적당하다고 생각한 선이었다.

그런데 왠열...

가난한 흥부네에 애만 주렁주렁 딸린 꼴처럼 ,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지금도 마냥 어리벙벙하기만 하다.


가족들도 주변사람들도 내가 시집을 못가고 독거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다 고양이때문이라 말한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정신나간 남자가 여섯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나이많은 여자랑 결혼하겠냐는 거다. 니가 전지현이라해도  이건 안된다고....게다가 참 어줍짢게도 채식주의자라니...이건 뭐 불난데 기름붓는격이다.



 측은지심 [ 惻隱之心 ] :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


모든 원흉이 다 이것 때문이다.

타고난 천성이 너~무 착하고 불쌍한걸 못지나치는 걸 어쩌란 말이냐....                         

첫째 둘째는 길냥이 새끼를 업어왔고 세째는 주인이 포기한 지체장애묘, 넷째는 동물병원에 진료보러왔다 주인이 잠수 타버린 아이, 다섯째는 주민의 민원으로 소방서에 잡혀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젖도 못뗀 꼬물이, 여섯째는 주인이 버려 길에서 임신한채로 골반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한 아이였다. 하나같이 금수저로 태어나 고생한번 안하고 자라온 아이들하곤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아이들었다. 그대로 두면 자연사 또는 보호소로 넘겨져 안락사당할 운명이었다.


이렇게 차마 외면하지 못해 함께 하게 된 이 1인 6묘 가정은 언제나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솔직히 힘에 부치는건 사실이다. 누가 등떠민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6묘의 가장이라는 부담이 어깨를 짓누를때가 많다. 하지만 어쩌겠는가...낙장불입! 물러설수도 돌아갈수도 없게 되었는걸~

내가 선택한 길, 뒤돌아보지 않고 자식부양위해 오늘도 꼬박꼬박 사료값벌러 나갈수밖에!

이 녀석들이 언젠가 이 노래를 불러주길 기대해본다.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문 앞에 서 계셨죠

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하고 불렀는데
어쩐지 오늘  아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네요

무슨일이 생겼나요  무슨 걱정 있나요
마음대로 안되는 일  오늘 있었나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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