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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나 Mar 23. 2016

# 8  하우스푸어가 되어도 좋아

8년동안 8번...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내가 이사다닌 횟수다.

거의 일년에 한번꼴로 이사를 다닌셈인데, 6개월을 못채운 곳도 있고 3년을 산곳도 있으니 일년에 두번 이사한적도 있는 셈이다. 이사를 다니고 싶진 않았지만 고양이가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집주인에게 거의 쫓겨난거나 다름없었다. 집 없는 설움이 이런거구나 싶었고 꼬박꼬박 월세 낸 사람한테 이런 대접을 해도 되나 싶고 을이라는 나의 위치가 너무너무 분했다.

부동산에 고양이가 있다고 말하면 머리부터 절레절레 흔들기 일쑤였다. 이 드넓은 서울 하늘아래 고양이와 내 한 몸 누울 방 한칸이 없다는 사실에 서글펐다. 거절의 이유는 참 다양하다 못해  별의별 이유가 다 있었다.


'냄새나잖아
''밤에 울면 어떡해'
 '벽지 다 긁잖아'
 '지난번 세입자가 이사가면서 고양이를
  버리고  갔다'


 한번은 외출을 하는 길에 일층에서 집주인과 딱 마주친적이 있었다. 같은 건물에 살지 않아 겨우 한두번 본 사이인데 대뜸 "301호 아가씨죠? 고양이 키운다면서요? 누구맘대로 키워요? 당장 이사가요!" 이러는게 아닌가....너무 기가 막히고 머리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지만 난 두말 않고 "네, 이사갈게요, 방 내 놓으세요" 라고 말하고 말았다. 내가 울고불며 매달릴 줄 알았던건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집주인을 지나쳐가며 난 보란 듯이 "웃겨 증말~"이라는 멘트를 날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의도적인 썩소를 날려주며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대범하고 쏘~쿨하고 당찬 세입자의 승리같지만, 그날 밤 난 꼬딱지만한 월세방에 돌아와 하염없이 서러움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말은 그리했지만 고양이 4마리를 데리고 (당시엔 4마리였다, 점점 늘어났지만) 또 부동산에 가서 굽신거리기가 죽도록 싫었다. 흙수저로 태어나 가진거 없이 쥐꼬리만큼 벌어서 월세로 월급이 텅텅 털리는 것도 참을 수 있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이런 대접을 받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 그지 없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 싶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월세집에서 살지만, 고양이 상관없다는 집주인이 있어 행복하고 더 넓고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오게 되어 옛날의 그 서러움은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더이상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로또와 연금복권을 열심히 사고 있다. 내 월급으론 죽어도 이 대한민국 하늘아래 내집 장만은 불가능하니까...


하느님 부처님 제발 오늘밤 꿈에 숫자 6개만 알려주세요~ 나무아미타불~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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