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00시로 이사온 후 몇달이 지나도록 동네가 정이 들지 않았다. 집은 전망이 좋았고 복층이라 냥이들이 열심히 위아래 위위아래~뛰어다니길래 캣타워 값 굳었구나 좋아라만했다. 교통도 편리한 편이고 새로 지어진 아파트와 깨끗한 상가들 , 24시간 경비들이 지키는 안전한 오피스텔거리 , 이사오길 잘했다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계속 허전하기만 했다.
고양이....길.고.양.이....
그래! 바로 그거였다..길고양이가 없는 동네였다. 이사 온 이곳은....
여기 오기 전 동네에서 하던 길냥이 밥주던 일과가 없어지자 하루 스케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었다. 오늘은 누가 먹으러 왔고 , 며칠동안 안 보이는 놈은 찾으러 다니고, 뉴페이스가 나타나면 어디서 굴러먹다온 놈인지 뒷조사하는게 나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래뵈도 나는 캣맘이니까...^^
그런데 이 동네는 어찌된게 희한하게 개미새끼 한마리...가 아니라 냥이 새끼한마리 뵈지 않는 삭막한 동네였고 그 삭막함이 나의 허전함에 불을 지피고 있었던 거였다.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른다. 한때 쥐약을 놓아 몇세대가 전멸했나보나, 인심 고약한 곳을 내가 모르고 이사왔구나...젠장...갑자기 후회가 몰려왔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사는 건물 1층 바로 코앞에 택시아저씨들이 밥먹고 잠시 쉬어가는' 00시 택시 휴게소' 간판을 단 컨테이너가 한 동이 있는걸 알게 되었다. 열댓명되는 아저씨들이 노상 바둑을 두거나, 낮잠을 자거나, 커피 한잔을 하는 사랑방역할을 하는 이곳에 정말 쌩뚱맞게 삼색고양이 한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게 아닌가. 그냥 지나가는 길이려니 했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녀석은 컨테이너 안에서 늘어지게 자거나 또 자거나 가끔 기지개를 피거나 하는 등 이곳에서 하루이틀 숙박을 한 모양새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띈 컨테이너 안에 가지런하게 놓여진 사료와 물그릇, 고양이 화장실까지...아....나는 작은 탄식을 내뱉고야말았다.
내가 가진 가장 큰 편견중에 하나, 길냥이를 학대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중년아저씨들이며 그중에서도 택시아저씨와 길냥이 조합이 제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고양이 이동장을 안고 택시를 탈때마다 고양이에 대해 막무가내로 퍼부어대는 고양이에 대한 그들의 근거없는 막말들,,그것은 흡사 언어폭력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에 대한 내 시선이 고을리 만무했다.
이후에 알게된 이 삼색이에 대한 스토리는 더 나를 기함하게 했다. 그곳에서 아저씨들이 돌보아준지가 벌써 10 여년이 됐다는 충격적인 사실...길냥이 평균수명이 3년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놀랄 노자가 아닌가. 동네 캣맘들 사이에선 이미 오래된 훈훈한 미담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저씨들은 삼색이를 크게 신경쓰지도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지도 않는다. 삼색이도 마찬가지다. 이런 적당한 쏘쿨함이 이런 오랜 인연을 이어온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정말 서두르진 않을거에요
한걸음 한걸음씩 그대가 나를 느끼게
사랑을 시작할까요
그대곁엔 언제나 내가 있어줄게요
변치않을 거에요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삼색이의 사연을 알고부터 비로소 이 동네에 온기가 불고 정이 들기 시작하는 중이다.
살기좋은 동네가 뭐 별건가...
삼색이와 택시아저씨들의 환상궁합덕에 이젠 더이상 '뜨내기'가 아닌 따뜻한 '동네주민'이 되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