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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나 Mar 23. 2016

#4  엄친묘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 나비는 요즘 좀 어때요? 눈 보여요?
또 막 울어요?"
"저렇게 크게 우는데 집에서 못 키우지..."
"저런 아이가 입양이 될리가 없잖아...
안락사도 생각해봐야지..."


하루아침에 장애묘가 되어 사무실 객식구가 되어버린 녀석을 어느순간 다들 나비라고 부르고 있었다. 딱히 고급진 이름을 지어주기엔 이 아이의 미래가 너무 암담했다. 식욕도 좋고 컨디션도 괜찮았지만 일반사람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특이한 장애 케이스였기에 누구하나 섣불리 입양추진을 못했고 그러는 사이 사무실에 종종 들리는 회원들이 걱정한답시고 하는 소리들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안락사라니..."얘는 죽을병에 걸린게 아니에요 ..단지 불편할 뿐이에요..." 라고 소심하게 한마디 할 뿐인 내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나비는 간식캔 하나 까먹고 내집에서 편안히 낮잠을 때리고(?) 계신다.

안락사 운운하던 장애묘가 내집에 오기까지 갈곳이 없어 고아마냥 이곳저곳 전전하기도 했고 나에게 온 후도 이런저런 병치레를 치르고 , 그렇게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를 인연으로 나에게 3번째 아들이 생겨버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력도 많이 좋아지고 식욕은 늘 폭발이지만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을 잘 보필해주는 똘마니 동생까지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산다. 여전히 똥오줌을 못 가리는게 이 아저씨의 가장 큰 흠이지만, 아무려면 어떤가...그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존재인걸~

구내염을 앓고 있어 늘 침 범벅인 얼굴로 사정없이 내 얼굴에 부비부비하는 , 손길만 닿아도 골골송이 끊이지 않는, 엄마 팔베개가 없인 잠들지 못하는 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녀석이 나에겐 너무나 완벽한 고양이이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엄친묘"가 아닐까 싶지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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