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사무실 문이 부서져라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이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들어온 덩치가 큰 젊은 청년이 이동장을 안고 숨이 넘어갈 듯 날듯이 뛰어들어왔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아파요"
그날은 그토록 원했던 동물보호협회의 직원으로 야심차게 출근한 첫날이기도 했다. 이어서 들리는 알수 없는 고양이의 기이한 괴성..이동장문을 열어보니 야생 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고등어 남자 고양이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종류의 괴성은 들어본적이 없었다. 어리버리 초보 직원에게 닥친 최대의 난관이 출근 첫날 생긴것이다. 마치 나를 시험해보기라도 하는것처럼...
동물보호협회는 대부분 비영리사설단체이다. 즉, 정부의 지원금이 없이 오로지 회원들이 만원, 이만원 하다못해 단돈 오천원이라도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전국에 구조해야할 동물들은 매일 넘쳐났고 어디나 그렇듯 이곳 또한 재정적으로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무실로 도움을 요청하러 오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절차라는 것이 있기 마련, 더욱이 적은 돈으로 아껴가며 저비용 고효율을 발휘해야 하는 곳이니 절차와 규칙을 잘 따라야만 운영이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비가 부담되어 치료지원을 요청할땐 당연히 대표님에게 보고하고 보호자가 어느선까지 책임질수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등등을 먼저 파악해야만 한다. 하지만 첫 입사한 직원의 의욕이 과했던걸까? 고통에 몸무림치는 아이가 금방이라도 잘못될까 싶어 난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무조건 병원으로 내달렸고 각종 검사와 입원처리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고 본인 또한 장애가 있어 이 아이를 케어할수 없다는 보호자의 말에 걱정마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어깨까지 두드려주며 돌려보내고 나니, 어디서 그런 무모한 용기가 샘솟았는지 나 조차도 알수 없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짜라짜짜짜짜짜 엄청난 기운이~~~~야!
당당하게 지구를 지킨다
짱가짱가 우리들의 짱가~~
어디선가 무슨일이 생기면 짠!하고 나타나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서는 짱가, 혹은 홍반장이 되고싶었던 걸까...
또는 허접한 영웅놀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어쨌든 결과는 참담했다.
며칠뒤 병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해 시력과 방향감각등의 이상이 생겼고 하루종일 괴성을 지르며 한자리를 뱅글뱅글도는 일명 써클링행동을 보였고 설상가상 대소변도 가리질 못했다. 뇌관련질환이라 치료가 거의 무의미했다. 앞으로의 경과를 더 지켜보고 결정할 일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장애묘가 되어버린 것이다. 약도 먹여야했고 눈이 보이지도 않는 아이를 내버려둘순 없는 노릇이어서 당분간 사무실에서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난 몰랐다. 이 아이와 내가 엮이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