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오랜 방송PD생활을 청산하고 뒤늦은 오춘기가 찾아와 많은 방황을 하게 되었다. 더이상 울면서 잠드는것도, 삼사일에 겨우 몇시간씩 쪽잠을 자는것도, 생방송펑크내는 악몽을 꾸는것도 싫고 , 남자PD들 사이에서 체력으로 밀리는것도 싫고 ,모든 수분이 빠져나가 단물이 쪽쪽 다 빠진 풍선껌처럼 흐물거리는 내 자신도 싫었다. 처음부터 맞지않은 옷을 입었고 그 옷으로 버틸만큼 버텼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집에 와 몇시간 자는둥마는둥 옷만 갈아입고 회사로 부리나케 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가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제서야 알았다..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알았을지도 모른다.
"정말 이건 아니야...넌 대체 뭘하고 싶은거니?
하루, 나나를 키우면서 지방출장과 밤샘근무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매일 깨끗한 물과 사료를 공급해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이 둘과 함께 부대끼며 보내는 절대적 시간의 부족이었다.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는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사람은 어른이 되면 엄마의 손길을 필요없어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더이상 방송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에 가장 큰 원인제공을 한것이 이 둘이었고, 난 뒤돌아 볼것도 없이 드디어 방송과 결별하고야 말았다. 야호!!!!!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짜릿한 무언가가 등줄기를 적시고~
이내 뜨거워진 침을 묵구멍 깊숙이 삼키고야 마는 그녀....
더이상 참을수 없을 만큼 절정에 치달은 후 내뱉는 야릇한 한마디..."하~그래 이거야!"
급하게백수가 되어버려 남아도는 시간에 야동에 탐닉한것은 아니다...야설도 아니다...
그건 바로 한 동물보호협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처참함과 치유되어가는 과정의 글과 동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 내 몸에 일어난 실제 이상반응이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영혼이 파괴되어 버릴 만큼 아팠던 사랑을 할 때도 이런 뜨거운 전율은 느껴보지 못했다. 아니 서른평생 살아오면서 이렇게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심장이 터져나올 만큼의 강렬한 그 무언가를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게 뭐지...이 감정은 뭐지...왜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리지..
정말 처음이었다.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왜 이제서야 만난거지? 왜!왜!
이건 마치 이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의 극적인 이산가족상봉이 성사된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2010년의 어느 늦여름날
그렇게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버린 그 날, 나와 동물사랑실천협회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