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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Jung May 08. 2020

#02 전염병과 온라인 수업

전염병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전염병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탈리아의 초등학교는 크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나뉘며 사립학교는 일반 사립학교와  카톨릭계 사립, 그리고 국제 학교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카톨릭계 사립학교나 일반 사립학교는 국제 학교보다 학비가 많이 싸며 공립보다는 학교 시설이나 방과 후 수업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비율의 선생님들이 공립학교에서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임시 근무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립학교에서 콜이 들어오면 바로 학교를 그만두시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탈리아 초등학교 교육 과정은 5년이며 그 5년 동안 세명의 담당 선생님이 쭉 함께 하시기 때문에 중간에 한 선생님이 교체된다는 건 교육 과정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립학교들이 재정란을 겪고 있기에 반 평균 학생 수가 공립학교보다 월등히 많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나무가 초등학교를 선택해야 했던 이년 전, 우리는 일단 학비가 너무 부담스러웠던 국제 학교를 제외한 후 집 근처에 있는 사립과 공립학교들 사이에 고민을 하다 결국 집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 공립학교를 선택했다.

공립이냐 사립이냐를 떠나서 아이에게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 우린 많은 발품을 팔았지만 최종적으로 매년 전 도시의 학교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준비하는 참관 수업 후에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택한 아이의 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오분 거리에 있는, 호그와트와 흡사한 외관을 가진, 나름 전통 있는 공립 초등학교이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Scuola primaria Armando Diaz


이 학교를 선택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반 친구들이 곧 동네 친구들이라 학교에서 돌아와서 집 앞 공원에 내려가면 약속하지 않아도 쉽게 친구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학교 선생님의 90% 이상이 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초등학교는 한 반에 세명의 담당 선생님이 계시는데 세분이 각각 이탈리아어, 수학, 영어를 가르치시며 그 외 한 과목이나 두 과목 정도를 병행해서 수업을 하신다.

초등학교 5년 동안 매년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올라가는 시스템이어서 자칫 아이들과 맞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5년 동안 고생을 하기에 학부모들을 학교를 정할 때 선생님들의 평판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되는데 다행히 세 분 모두 정규직이시며 또한 영어 선생님은 공립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원어민 선생님이시다.


이 년 동안 경험해 본 결과 아이의 선생님들이 정말 좋으신 분들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정신없는 전염병의 시대에도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하시고 계신다.

3월 5일 휴교령이 내려오자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바로 채팅방이 만들어졌으며 며칠 뒤에는 일주일 온라인 수업 일정표를 받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온라인 수업이라니! 게다가 공립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적극적으로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청하시고 의욕을 보이셨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온라인 수업이 아직 의무가 아니었음에도 바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셨고 매일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물으셨다.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아이들에게 매일 일상을 함께 하던 선생님들의 따뜻한 한마디는 큰 힘이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지쳐있던 우리 학부모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수학 선생님 Ida와 Zoom으로 수업 중인 아이

이탈리아는 오늘, 5월 4일부터 fase2에 들어갔다.

Fase 2란 곧 봉쇄령 완화를 의미하는데 엄격한 봉쇄령에 지쳐 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아직 감염자와 사망자의 수가 의미 있을 만큼 줄어들지도 않았으며 정부에서 발표한 새로운 정책이 너무나 애매한 기준(애인과의 왕래는 가능하나 친구와의 만남은 금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 간의 방문이 허용되며 다시 공원 출입을 할 수 있다.

종교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모임 등은 여전히 금지이지만 소규모 장례식은 가능하며 식당이나 바 그리고 미용실 등의 정상 운영은 6월 1일부터 가능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이탈리아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던 콘테 총리는 봉쇄령 완화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 길고 긴 연설 어디에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배려와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들은 6월 8일까지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고, 긴긴 3개월의 방학이 끝나면  9월 학기부터는 학교가 다시 열린다지만 그 누구도 우리 학부모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겪게 해야 해서 미안한 마음만 한가득이다.


전염병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그토록 더디던 이들은 이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고 배우며 그 편리함에 놀라워한다.

속상한 건 우리 모두가 이 변화의 기차에 함께 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뒤에 남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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