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꼬마 1호 육아_오늘의 3단 쇼크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by 완벽한 엄마

꼬마 2호 출생 후 꼬마 1호는 뒷전이 되다시피 한 지 한 달째.

꼬마 1호는 이런 코시국(!)에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신세.

오늘도 어김없이 꼬마 2호 육아에 여념이 없는데,

꼬마 1호의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몸조리는 잘하고 계시죠~?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쩐 일이세요?"

-아, 율이가 오늘 친구랑 놀다가 마음이 좀 안 맞아서

살짝 다툰 모양이에요. 근데 그 친구랑 티격태격하다가

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 욕이요? 무슨 욕을 했나요?"

-아... 이거 말씀드리기가 참... *****라고 했더라고요.

"네?! 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부터 나왔다.

내가 웃는 순간 선생님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집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는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전화드렸어요.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집에서도 교육을 다시 시키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런 말을 어린이집에서 친구에게 썼다는 것이,

그리고 그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또 집에서 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그런 말을 썼던가.




자기변명부터 하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아이가 이쁜 줄도 모르고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빨리 육아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나가서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집에 불쑥, 찾아와서 돈 빌린 사람을 찾을 때마다

내가 빌린 것도 아닌데 죄인이 되는 것이 싫었다.

막상 돈 빌린 사람은 돈 벌겠다고 전국을 헤매고

나와 아이는 그저 집에서 숨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가 가장 귀여웠을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가 기고 걷고 입을 떼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아이 곁에 있었지만 없었다.


그때 나는 습관처럼 욕을 내뱉었다.

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을 향해,

나에게 말없이 돈을 빌린 사람을 향해.


아이는 스펀지처럼 내 말을 빨아들였고

하필 다른 아이들보다 말 배우는 것이 빨랐다.

그걸 깨달아서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아이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나는 아이의 그 시절 사진을 다시 본다.

그땐 왜 몰랐을까, 이렇게나 예쁜데.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물질의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다.

그때 손톱만큼의 여유만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런 상스러운 말은 입에 담지 않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아이가 그런 말은 배울 필요가 없었을 텐데.


그 시간이 후회스러워서,

똑같이 물질적으로 힘들더라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첫째 아이에게 준 모든 상처들을

다시 전부 거둬들일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그리고 다짐한다.

둘째 아이에게는 그런 상처 따위 절대 주지 않겠다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