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예쁘게 말하지 않을 때마다 달력에 그 횟수를 적어, 둘 중 더 적게 나쁜 말을 한 사람에게 하루 동안 자유(?)를 주기로. 단, 누군가 더 적게 했더라도 그 횟수가 열 번을 넘어가면 자유는 없는 것이었다.
동생 사진찍을 때 꼭 같이 찍고 싶어한다 ㅋㅋ
이렇게까지 했던 이유는 단 하나. 고단하다는 핑계로 이제 겨우 43개월인 딸에게 자꾸만 모진 말들이 나가고 나쁜 감정을 쏟아내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서로가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시작한 내기였다. 이왕이면 벌주기보다 칭찬이 나으니 휴가를 상으로 걸게 되었다. 하루 동안 자유라니, 아이 둘 키우며 불가능한 포상을 눈앞에 현실로 두고 우리는 치열하게 노력했다.
간만에 얼집 땡땡이. 집에서 함께 놀아주니 행복해하는 모습이 짠했다
삼일 동안.
역시 작심삼일이다. 삼일을 못 넘겼다.
아이가 요즘 지독히도 말을 안 듣는다. 꾹 참고, 허벅지 꼬집어가며 참고, 마음속으로 열까지 세고 참아가며 좋게 말하기를 다섯 번째. 나도 남편도 결국 못 참고 폭발했다.
이토록 좋은 의도를 가진 '착한 말하기'프로젝트는 그렇게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 돌이킬 수 없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는 툭하면 우리 부부에게 "엄마(아빠) 미워! 나 사랑하지 마!"라고 하며 방문을 닫고 틀어박혔다. (조금 기다리면 혼자 풀고 나오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 부부가 가서 풀어준다.)그 말들은 어느새 아이에게 무기가 되었고,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꼭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이 일이 정당했을까? 아이가 느끼기에 어땠을까? 억울한 지점은 없었을까?
내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우리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운짓만 골라서 하는 영락없는 미운 다섯살이다
내 마음대로 좀 해보고 싶다...!!
겨우 43개월을 산 아이가 하는 말이라고 웃어 넘기기엔, 너무나도 쌓인 게 많은 듯한 말투였다. 밉다는 말을 무기처럼 사용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밉다는 말만으로는 네 마음을 알 수 없다고 말이다. 아이도 우리 부부도 매일 성장하고 있다.
둘째에 대한 간단한 기록.
윙크인줄도 알지 못하고 하는 윙크
둘째는 대학병원에서 태어났다.
머리가 너무 작은데 성장을 하지 않는 데다가, 전치태반이라고 해서 개인병원에서는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길 들었었다. 다행히도 무사히 출산했고 아이는 2.52킬로여서 턱걸이로 신생아 중환자실을 비켜갔다.
이렇게 작아서 어딜 잡아야 하나 싶던 아이는 어느새 5킬로가 되었다. 토할 정도로 먹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잠만 잤다. 그러더니 이제는 너무 무거워서 번쩍 안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다들 엄청 커졌다고 놀라워할 때마다 나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여전히 머리둘레는 백 명 중의 1등이다.)
이렇게 작아서 비쩍 말랐던 아이
통통해져서 이젠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둘째는 아빠가 퇴근하면 눈인사를 하고 언니가 얘기하면 웃어주고 내가 말을 걸면 옹알이로 답을 한다. 둘째는 빠르다더니 그 말을 여실히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