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배우는 육아] 4. 발레를 시작하다

못난 엄마는 아이의 부족한 면만 보였다

by 완벽한 엄마

평소에도 발레 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거나 티브이로 볼 때 넋을 놓고 보던 첫째. 우연찮게 집 바로 앞에 무용 학원이 있어, 체험수업 후 아이가 다니고 싶다고 해서 아이 친구랑 같이 보내기로 했다. 내 생각에 우리 딸은 발레 재질이 아니라 태권도 재질인데도, 옷이 공주옷 같다는 이유 하나로 발레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첫 수업이었다.

체험수업 때도 이렇게 뛰어다녔는데ㅠ 이때 알아봤어야했다


밖에서 기다리다가 궁금해서 홀을 들여다보니, 다들 한 줄로 서서 차례차례 점프하며 수업 중이었는데 우리 딸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한참 서서 언니들을 구경만 할 뿐, 수업에는 전혀 참여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선생님을 붙들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수업을 방해했다. 밖에서 지켜보던 나는 낯부끄러워졌고 속이 타들어갔다. 내가 아는 내 딸은 어디서든 적응 잘하고 활발한 아이다. 그런데, 발레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 아이는 어디 가고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아이의 모습을 마주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기 힘들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수업 후 선생님께 수업에 방해가 되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에 엄하게 가르치셔도 되니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나왔다.

체험수업 때만 해도 잘만 따라하더니...


딸에게 왜 수업 제대로 안 받았냐고 물으니 비밀이라 대답하기 싫다고 했다. 열 번 가까이 물었는데도 답이 없어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가만히 둘째의 유모차를 밀며 우리 대화를 듣던 아빠가 첫째와 대화를 시도했고, 세 번 만에 대답을 이끌어냈다. 수업이 너무 길고 힘들어서 하기 싫었다고 한다. 순간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른 언니들이 수업하는 것은 방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왜 나에게는 답해주지 않은 것인가.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서운했고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런데 아이가 내 감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혼자 삼켰어야 했는데 어리석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는 내 눈치를 봤고, 나는 계속 화가 나 있었다.

혼자 놀고 싶으면 놀아도 되는데, 수업은 방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더니 알겠다고 답했다. 아이는 정말 알아들은 걸까.

혼자만 멀찌감치 서서 수업하는 것을 지켜보던 딸


답답한 마음에 태권도 사범인 친구에게 물으니, 지금 적응하는 중이라 다들 어떻게 하나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는 걸 거라고, 원래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니 마음에 여유를 갖고 지켜봐 주라고 했다. 그렇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딸에게 미안해졌다. 생각해보니 오늘 처음으로 혼자 타이즈와 슈즈를 챙겨 신고, 처음 학원차라는 걸 타고 학원에 가고, 처음으로 부모 없이 낯선 곳에 간 것인데. 그러니 어색하고 불편해서 선생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칭찬할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오늘 처음으로 혼자 이 많은 걸 했으니 대견해할 일인데, 왜 나는 아이의 부족한 점만 크게 본 것일까. 너무 미안했다.


나의 어리석음을 아이가 잠들기 전에 깨달은 것은 참 다행이었다. 잠자리에 누워 아이에게 사과했다. 엄마 생각이 짧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오늘 참 훌륭하고 대견하다고. 꼭 껴안아주며 말하고 싶었지만 오늘도 내 품엔 어김없이 둘째가 안겨있었다. 딸은 흔쾌히 내 사과를 받아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뭐든지 너무나도 야무지게 잘 해냈던 아이여서, 이번에도 당연히 잘 해낼 거란 내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갔던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못난 엄마라서 아이의 부족한 면부터 보았다. 부족한 면만 크게 보였다. 칭찬할 것을 먼저 찾을 줄 아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내 아이는 처음부터 100이 아니다. 지금은 0이다. 앞으로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100을 만들어놓으면 되는 것이다.


오늘의 경험으로, 엄마로서 조금 더 성장한 것 같다.



둘째에 대한 간단한 기록.


첫 외출. 짧지만 나름 성공적!

오늘 첫째 발레수업이 끝나는 대로 학원에 데리러 가야 해서, 갈 겸 둘째 유모차 좀 태워봤다.

처음 타는 건데도 편했는지 가만히 앉아있다가 금방 잠들었다. 귀엽고 착하고 순한 녀석...ㅎㅎ


눈썹에 자리잡은 모기 물집. 미안해ㅠㅠ

화요일 아침. 눈썹에 동그랗게 뭔가가 생겼다.

금방 없어지겠지 싶어서 뒀더니 다음날,

더 커지고 빨개져서 바로 소아과로 달려갔다.

뭔지 잘 모르겠으니 피부과에 가보라고 해서 피부과로 가보니 모기가 문 것 아니냐면서 항생제 연고를 발라보자고 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고생하며 외출한 끝에 항생제 연고 하나를 얻었다ㅠㅠㅋ

집에 와서 남편과 검색해보니, 아기들은 모기 물리면 물집이 잡히기도 하는데 초반에 안 잡으면 농가진이 된다고 한다. 우리 둘째는 작게 태어나서 그런지 몸이 좀 약한가 보다. 약 열심히 발라주고 있으니 곧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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