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담다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만추 Apr 13. 2021

[이 시국에 장막 희곡] 회색 수첩을 열고

노만추의 Write with me (2)

0. 이번 주 계획


1. 회색 수첩을 열고

회색 수첩을 펼친다. 페이지를 넘기며 수첩에 적힌 글씨들을 살핀다. 글씨들은 저마다 검은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옷을 입고 있다. 색깔에 담긴 의미는 없다. 그런 걸 정할 만큼 체계적인 작가는 아니다. 그래서 모든 글씨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 종이를 넘기던 손이 멈춘다.


SNS에 전시된 누군가의 삶을 따라 하는 사람


작가는 수첩에 적힌 아이디어를 집어 들었다. 회색 수첩에 적힌 것들은 모두 어떤 형태의 글이 된다. 안 된 것도 있다. 아마도 될 것이다. 맞다. 작가의 희망 사항이다. 어찌 됐든 작가는 이번이 ‘SNS에 전시된 누군가의 삶을 따라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작가가 이 소재를 떠올린 건 2017년이었나 2018년이었나, 아무튼 겨울이었고, 새로운 집필 계획을 세울 때마다 지원사업 공모 지원서를 쓸 때마다 작가의 머릿속에 꾸준히 거론되었으나 늘 최종관문을 넘지 못하고 수첩 속에서 잠들곤 했다. 드디어 이번에 이 소재가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가 보다.


2. 이유 붙이기(feat.왜요병)

작가는 빈 페이지를 찾아 수첩을 넘긴다. 그리고 빈 페이지 위에 글씨를 쓴다.

     

왤까?   


그 아래로 또 다른 글씨를 쓴다.


누군가의 세계를 알고 싶어서.


그 아래로 다시 또 글씨를 쓴다.


왤까?


이 짓을 계속 반복. 이하 생략. 


3. 자료 조사라는 이름의 준비 운동

핸드폰을 들어 ‘도서관’ 앱을 실행한다. 그리고는 노트북 화면 속에 떠다니는 글씨들을 낚아 ‘도서관’ 앱 검색창에 풀어놓는다.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번역을 위한 변명


작가는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항상 책부터 빌리곤 했다. 빌린 책 중에 읽지 않고 반납한 책이, 읽고 반납한 책 보다 많았지만 개의치 않는 듯했다. 작가에게 있어 책을 빌리는 건, 글쓰기의 바다로 잠수하겠다는 일종의 준비운동 혹은 어떤 의식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작가는 이번에도 책을 빌렸고, 다음은 ‘번역을 위한 변명’ 초반부를 읽은 작가의 감상이다.            


그리고 이 책은 4월 6일 이후 한 페이지도 넘어가지 않았다.      


4. coming up next!

나는 왜 누군가의 삶을 따라 하는 주인공에게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주려고 하는 걸까?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걸까? 이유를 붙여주는 행위는 무언가 좀 이상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넌 괜찮아. 통과!’라고 판결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런데 애초에 글쓰기라는 게, 어떤 사실에 작가적 시선을 더 한다는 게 ‘이유 붙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시국에 장막희곡] 꽃은 됐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