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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롱박 Apr 19. 2021

[이 시국에 장막희곡] 나의 클레어

요롱박의 장막희곡 3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햇살이 후한 날.

진행상황 - 0.3페이지

  

  "주인공에게 이름 만들어 주기"


  대-단한 극작을 시작하기 전에 주인공을 부를 이름이 필요하다. 나중에 가서 완벽한 이름이 다시 생각 날 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 당장 부를 이름이 필요하니까. 일단 만들어보자.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주인공은 한국 이름을 분명 가지고 있을 테지만 작품 속에서는 자신이 지은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다. 인물이 희망하는 바 혹은 인물이 처한 상황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을 담고 있으면 더 좋겠다.

  "clair" 그러니까 클레어라고 부르기로 한다. 중성적인 사람 이름이면서 '맑다'는 뜻의 불어이기도 하다. 우리의 '클레어'가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맑았는지? 맑은지? 맑을 것인지? 맑아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주인공이 처한 운명에 대한 아주 '쁘띠'한 힌트가 되길 바란다. 클레어 클레어 나의 클레어. 



  "주인공의 중심 질문을 찾자"


  다음은 주인공이 가진 질문을 찾아보자. 우리의 클레어는 어떤 물음표를 달게 될 것인가. 한 문장으로 딱 떨어지는 의문형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나는 도무지 너덜너덜 질척이는 문장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클레어는 좌절된 자신의 꿈을 기워입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너무 추상적이지 않아? 다시 써본 건 또 이렇다 "클레어는 세상을 마주하고 다시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겁나 별로다.

  아주 명료하면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한 문장을 쓰고 싶다. 군더더기 없고 꾸밈없이 완벽한 문장. 그런 걸 써내고 싶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작품의 전체 설정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메시지도. 머리를 싸매고 (아 이런 뻔한 표현 너무 후지다. 실제로 머리를 싸매는 사람 없지 암만.) 고민을 이어가다 결국 아주 간단하게 써 버리고 만다. 그리고 누군가를 따라한 질문 같기도 하다. "클레어는 파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서사 구조를 써보자"


  그러니까 장막 희곡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써보는 것. 그러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써 보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가서 엄-청나게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1. 클레어는 파리에서 한국으로 강제추방당한다.

2. 한국의 현실과 마주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길 원한다.

3. 여러 문제로 파리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4. 클레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리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5. 클레어는 파리에 도착한다.


  일주일 동안 생각한 5개의 굵직한 서사들이지만, 영 빈틈이 숭숭이다. 2번을 보자. 도대체 '한국의 현실'이라는 무책임한 표현은 뭘까. 작가 니가! 극작 과정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채워나갈 자신이 있느냐! 3번도 그렇다. '여러 문제로' 라니 거의 내일의 나에게 다 맡겨 버리겠다는 식이 아닌가. 그리고 3번의 '절망'이라는 단어도 무척 고민을 했다. '좌절'일까? '낙담'은 아닐까?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드는 일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절망'이라는 강한 표현을 쓰긴 했는데 그 절망을 내일의 내가 잘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자신 있어?



  물론 잘 알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작업들은 아주 기초적인 것들. 그러니 지금의 설정은 이야기는 서사 구조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얼마든지 바꿔도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잘하고 싶어서 그래. 잘하고 싶어서. 나의 클레어을 잘 빚어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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