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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남이 May 25. 2021

왕도 꺾지 못한 도미부인 정절

그 설화의 근원지를 찾아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한강 수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례 사랑길. 그 흙길을 따라 난 오솔길의 정취를 걷다 옛길로 접어들면 삼국사기의 설화 속 도미부인이 배를 타고 떠났다는 ‘도미나루’터에 도착한다. 정조를 지키고자 왕권에 도전한 도미부부의 사랑이 깃든 설화의 흔적을 찾아 떠나보자.

도미부인 전설이 깃든 사랑길

사랑길은 도미부인 설화를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걷기 좋은 길로 검단산과 한강 사이에 있는 창우동 아랫배알미를 오가던 옛길을 복원했다. 산곡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팔당댐에 이르는 5㎞ 구간으로 완주까지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며 닭바위, 연리목, 도미나루, 두껍바위, 배알미동을 지나게 된다. 이 코스를 따라 즐길 거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을 따라 강원·경기·서울을 오가던 세미선과 상선이 쉬고 머무르던 여각, 객주가 많았던 창모루 나루터를 비롯해 도미부인 설화가 깃든 도미나루터다.

도미나루는 『삼국사기』 열전에 그 사연이 전하며, ‘도미부인 설화’는 백제 제21대 임금 개로왕 때 이야기다. 하남 위례성에는 신분은 낮지만 의리가 있는 도미라는 사람과 아름다우며 정조가 있는 그의 부인이 살았는데, 개로왕이 이 이야기를 듣고 도미를 궁으로 불러 도미부인의 지조를 시험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왕은 신하를 왕으로 위장 시켜 도미부인에게 보냈다. 

도미부인을 찾아간 신하가 말하기를 “내가 너의 아름다움을 오래전부터 듣고 도미와 장기 내기를 하여 이겼다. 내일 너를 궁녀로 삼을 것이니 네 몸은 나의 것이다”라고 하여 부인을 범하려고 하였다. 이에 도미부인은 여종을 단장시켜 대신 수청을 들게 하은 배에 태워 강물에 띄워 보냈다. 도미부인은 왕에게서 도망쳐 배를 타고 남편을 찾아가 둘이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도미부인이 배를 타고 떠난 곳이 ‘도미나루’다. 왕의 계략에도 무너지지 않은 부부의 굳건한 사랑 이야기다. 도미부인은 권력자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켜낸 인물로 당대의 정절을 상징한다. 뿌리가 다른 소나무 두 그루가 하나의 가지로 합쳐진 연리지는 도미부인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나무 앞에서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면 부부 금실이 좋아지고 남녀 간에는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바람, 물과 함께 낭만이 넘실대는 강변길

하남 미사리 한강변에 위치한 강변길은 중년들에게는 옛 추억을,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산곡천에서 시작해 덕풍천을 따라 미사리조정경기장, 나무고아원, 선동축구장에 이르는 코스다. 강변길의 최대 묘미는한강 풍경을 보면서 시원한 강바람을 느끼며 여유롭게 걷는 것이다. 산곡천과 덕풍천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하게 흐르는물소리를 들으면서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야생화와 우리에게 친근한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강변길의 또 다른 매력은 푸른 물결과 억새밭을 사이에 두고 강바람을 가르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까지 이어진 강변길 자전거도로는 도심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한강 물새들과 자전거가 춤의 경연을 하는 듯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여기에 거대한 수로와 공원으로 조정 경기가 이뤄지는 미사리경정공원과 나무들을 모아 숲을 이룬 ‘나무고아원’이 청량함을 제공한다.


역사의 깊이와 함께하는 역사길

역사길은 선법사-광주향교-이성산성-동사지에 이르는 5.8㎞의 구간으로 역사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광주(廣州)의 문화·교육 중심지 역할을 하던 광주향교를 비롯해 춘궁동 동사지, 동사지 오층석탑과 삼층석탑,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 등 하남 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발자취를 밟아볼 수 있다.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여전히 백제시대 각종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하남은 역사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조선시대까소중히 남겨진 역사 유물들과 유적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어 역사의 발자취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역사길은 매력이 넘친다. 선법사에 있는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보물제981호)’은 높이 93㎝로 큰 편은 아니지만 광배와 대좌를 겸비하고 있다. 마애불을 삼각형 바위에 조각한 조각술이 정교하고 불신의 비례도 훌륭하다.

광주향교는 문화재자료 제13호로, 정확한 창건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조선후기 숙종29년(1703년) 이성산성 아래에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는 기록이 있다. 광주향교는 조선시대때(지금의 수원, 화성, 의왕, 성남, 광주, 남양주, 강동, 강남,송파까지 관장) 전국에서 제일 큰 향교였다. 역사길을 걷다 보면 백제와 신라, 그리고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물들을 만날 수 있어 단순히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넘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남시 전체를 조망하는 둘레길

둘레길은 하남 위례길에서 가장 긴 코스다. 하남 위례성 궁안 지역을 둘러싸고 있어 하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다. 남한산성과 벌봉, 객산, 금암산, 이성산성 등을 지나 하남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길은 대체로 평이하다. 이 길의 매력은 길을 따라 만나는 볼거리들이다. 봄에는 흐드러지게핀 연분홍색 벚꽃을, 여름에는 하얗게 또는 분홍색으로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무궁화와 백일홍을, 가을에는 온 세상을 불태울 것만 같이 빨갛게 물든 단풍을, 겨울에는 나무 기둥에까지 새하얗게 꽃을 피운 눈꽃을 볼 수 있다. 특히 하남과 인접 지역의 산줄기를 따라 연결되는 둘레길에서는 보리수와 산딸기 등이 자생해 시골 마을에 놀러 온 듯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또한 둘레길의 명소 중 하나인 남한산성(사적 제57호)은 삼국시대 이래로 한강과 더불어 삼국의 패권을 결정짓는 주요거점으로 백제시대 토성 위에 조선시대 석성으로 축조한 산성이다. 수도권 최대의 소나무군락이 있으며 호국 정신을 고취하면서 걸을 수 있다. 남한산성과 이성산성 중간에 위치한 금암산은 바위가 많은데, 바위 색깔이 비단색을 띠고 있어 금암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둘레길 주변 곳곳에는 이성산샘, 덜미재샘, 국청사샘, 벌봉샘, 선법사샘 등 길을 걷는 위례꾼들의 목을 축여줄 샘물이 많다. 둘레길을 걷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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