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메타버스로 간다!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신대륙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땅으로 옮겨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즐거움을 쌓고 있다. 확장 현실(XR), 인공 지능(AI), 빅데이터, 5G네트워크,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는 현실 초월 유니버스, 메타버스로 떠나 보자.
현실이 된 가상 공간 ‘메타버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중 ‘유튜브 세대’라 불리던 Z세대는 이미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놀이터에 정착한 분위기다.
미국 10대들은 유튜브보다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네이버가 만든 제페토를 이용하는 2억 명의 80%도 10대가 차지한다. ‘메타버스’라는 처음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92년에 발표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우크래쉬(Snow Crash)’에서다. 소설은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나라인 ‘메타버스’로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메타버스의 핵심 개념이 이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디지털 복사한 아바타를 통해 가상 세계에서 사회, 문화,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 내에서 친구를 사귀고, 돈을 쓰고, 심지어 돈을 벌기까지 한다. 구찌,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의 가상 매장에서 아바타를 위한 옷을 구입하고, 가상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통해 현실을 모방한 가상의 땅을 사고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메타버스를 대안으로 삼는 기업, 학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순천향대는 대면 입학식 대신 점프 VR 플랫폼을 이용한 가상 입학식을 진행했고, 네이버는 ‘직장인들의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게더타운’에서개발자들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200여 명의 참가자가 각자의 아바타를 활용해 실제 컨퍼런스 행사장처럼 온라인 내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발표를 듣거나 대화를 나눴다. 한화이글스는 프로야구 구단 최초로 ‘메타버스 출정식’을 가졌으며,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과 SK텔레콤(SKT)은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처럼 현실 공간을 가상 공간으로 대체하는 일은 앞으로 더 자주, 일상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는 당면한 기회이자, 위기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 경제 시대가 온다》의 저자 최형욱은 “하루를 보내는 시간에서 가상 세계에서의 비중이 점점 커지다가 역전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고, 주말 내내 그곳에서 보내는 사람도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도 내다 봤다.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를 우려하는 지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현실을 모방한 가상세계인 만큼 현실의 문제가 그대로 재현되거나 심화될 여지도 크다. 실제로 린든 랩의 ‘세컨드 라이프’ 같은 가상 세계에서 도박, 사기, 매춘 등의 범죄가 발생했다. 일상과 가상의 세계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해지면서 중독이나 정체성 장애를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로블록스의 CEO 바수츠키는 메타버스 8대 요소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포함시켰다.
반면에 기회가 될 요소도 충분히 있다. 일례로, 메타버스에선 아바타를 통해 ‘나’라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타인의 환경과 입장에 서 볼 수 있다. 백인이 흑인 아바타가 되어 본다거나, 남성이 여성 아바타가 되어 볼 수 있고, 왕따의 입장에서 디지털 폭력이 얼마나 나쁜지 체감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역지사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나 편견,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가 “메타버스가 국경·성별·인종 편견 없는 미래 소통 공간일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이 이같은 맥락에서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가상 공간에서 업무, 친교 등 많은 것이 해결된다면, 굳이 차나 비행기를 타면서 CO₂를 배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전에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컴퓨팅 기술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기회와 위기, 어느 것이 더 클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가 이미 시작된 미래라는 점. 그렇기에 메타버스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고민도 서둘러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