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인 집콕러를 위한
코로나19로 문화가 있는 삶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도 오래. 그 사이 박물관과 미술관은 휴관과 개관을 되풀이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전시’는 이런 어려움을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웹 환경에서의 관람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다.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놀이터, 온라인 전시로 가을 나들이를 떠나보자.
전시를 말하다 ‘정상화’
일명 ‘벽지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정상화의 그림을 VR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현대미술이 낯선 이들에겐 벽지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수행하듯 물감층을 덜어내고 메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채워간 작품에는 심오한 우주와 자연의 규칙, 질서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는 ‘추상실험’,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종이와 프로 타주’, ‘격자화의 완성’, ‘모노크롬을 넘어서’ 등 5개의 주제로 펼쳐진다. 박서보·이우환·하종현·정창섭 등과 함께 ‘단색화 어벤져스’로 통하는 정상화의 작품 세계를 경험해 보자.
전시를 진행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온라인으로 감상하기 좋은 세계 10대 박물관·미술관 중 하나로 꼽은 곳이다. <정상화> 전 VR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누리집 내 ‘온라인 미술관’에 있으니 찾아 즐겨보자.
기간: 2021년 5월 22일 ~ 9월 26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미술관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유근택 ‘시간의 피부: Layered Time’
사비나미술관이 2021년 첫 전시로 마련했던 유근택 작가의 ‘시간의 피부: Layered Time’을 디지털 뮤지엄에서 계속 만나볼 수 있다. 유근택 작가는 동양화 재료를 사용해 현대인의 일상과 역사적 순간을 자신만의 조형 어법으로 낯설게 전환시키는 화가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 역시 평범한 일상의 순간부터 남북정상회담, COVID-19의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 등을 낯설면서 깊이 있는 시선으로 화폭에 담았다. 기법도 기존의 물성을 극대화했던 작업 방식에서 한층 나아갔다. 6겹의 배접이 된 한지 위에 철솔로 긁어 섬유질이 올라오게 한 다음 물감을 올리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켜켜이 쌓인 시간의 단층을 표현했다.
기간: 2021년 2월 25일 ~ 오픈런
장소: 사비나미술관 디지털 뮤지엄
사진 제공: 사비나미술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
전남도립미술관의 개관 특별전인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다. ‘의재와 남농:거장의 길’,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 ‘로랑 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 총 3개의 주제로 수묵화, 채색화, 영상, 조각, 설치 등 국내외 작가 13명이 참여해 125점을 전시했다. 전시의 감상 포인트는 ‘다양성’과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다. 의재와 남농의 수묵화를 통해 전통 방식과 새로운 방식에서 오는 차이의 신선함에 주목해보자. 나아가 현대 작가 10인의 작품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통=예스럽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과거와 현재가 융합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기간: 2021년 3월 23일 ~ 오픈런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온라인 전시관
사진 제공: 전남도립미술관
말을 탄 가야
가야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김해박물관의 특별전 ‘말을 탄 가야’를 VR로 감상해보자. 이번 전시에선 가야 사람들이 말과 함께 일구어낸 문화와 지혜가 담긴 가야 말갖춤 8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가야 유적 곳곳에 남겨진 말갖춤은 가야 사람들이 일상에서 짐을 나르거나 이동하는 수단으로, 지배자들의 위세를 뽐내는 대상으로, 전쟁에서는 용맹한 전사로, 신성한 제사에서는 숭고한 희생물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가야의 말갖춤에 남아 있는 신라와 백제의 영향과 당시 주변 여러 나라와 활발하게 교류하며 성장했던 가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의미가 깊다.
기간: 2020년 10월 27일 ~ 오픈런
장소: 국립김해박물관 온라인 박물관
사진 제공: 국립김해박물관
멈추지 않았던 예술가, 이응노 컬렉션
한국현대미술사의 거장 이응노의 작품을 ‘21세기형 미술관’ 구글 아트 앤컬쳐에서 만나보자. 2019년 이응노미술관과 구글 아트앤컬쳐의 파트너십 체결로 탄생한 이응노 컬렉션에는 군상, 문자 추상, 주역 등 그의 걸작들과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 화가로서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별히 이응노의 대표작 25점은 구글 아트 카메라로 촬영해 초고해상도 이미지로 구현된 세밀한 디테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구글 아트앤컬쳐는 시각예술 기반의 비영리 문화예술 콘텐츠 플랫폼으로, 현재 80개국 2000곳 이상의 문화예술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트 카메라 외에도 AR·VR 이미지, 360° 영상 등의 기술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 유명 미술작품과 문화 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기간: 2020년 7월 14일 ~ 오픈런
장소: 구글 아트앤컬쳐 내 전시 페이지(g.co/leeungno)
사진 제공: 이응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