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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난 Oct 17. 2023

우리는 모두 예술가를 꿈꾼다

이찬혁의 '물 만난 물고기'를 읽고

모든 종류의 음악이란 참 신비한 게 재생되는 순간부터 그 공간의 흐름을 바꾸어버린다.
-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혼성 그룹임에도 논란이 없는 그룹, 악동뮤지션의 '물 만난 물고기'라는 곡을 들었다.


고독함이 머무는 파란 도화지 속에
죽음이 어색할 만큼 찬란한 빛깔들
날아가는 생명들 헤엄치는 생명들
너는 물감이 되고 난 붓이 되었네

"너는 꼭 살아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내 이름을 기억해 줘."
음악을 잘했던 외로움을 좋아했던
바다의 한마디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헤엄치듯이 살길
LIVE LIKE THE WE SING"

-악동뮤지션, 물 만난 물고기


가요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나 악뮤 노래는 대부분 알고 있던 내게는 다소 생소한 노래였다. 경쾌하게 흐르는 음악에 생각 없이 흥얼거리다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멍하니 불러 몰랐는데 되짚어보니 그 내용이 암울했던 탓이다. 꼭 죽은 이를 위한 추모곡 같은 가사에 무슨 뜻일까, 검색해 보던 중 이 곡의 배경이 되는 소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래를 더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과 공감 가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연출하는 이찬혁 씨가 처음으로 쓴 소설은 어떠할지 궁금한 마음에 바로 책을 사 들었다.


소설 '물 만난 물고기'는 음악을 하던 주인공이 진정한 예술가에 대한 의문을 안고 참된 예술가를 찾아 나서며

시작된다.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음악을 묻는다. 유랑자에게, 환경미화원에게, 음악가에게, 음악이란 무엇인지, 예술가는 어떤 것인지 자문을 구하고 스스로 탐색해 나가나 도통 마음에 와닿는 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배에서 '해야'라는 신비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녀에게서 그토록 추구하던 답을 발견하게 된다.


덤덤한 듯 구슬프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섬세한 문장은 한 편의 시를 보는 것 같았다. 이찬혁 씨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왔는지가 보여 그와 한층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인 스토리 외에도 곳곳에서 그의 성찰과 관점이 드러났는데 그러한 생각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또

와닿아서 끄덕이며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은 주인공, 선이가 밴드부원들에게

예술가란 무엇인지 묻는 장면이다. 그의 물음에 한 단원은 이렇게 답한다.


"그들은 표현하는 방법을 깨우친 거야."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그림으로 시위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몽상가 혹은 혁명가.

-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어쩌면 우리는 모두 예술가를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글을 적고 읽고, 노래를 하고 춤을 배우며, 악기를 연주하고 서로를 응시하는 그 모든 과정은 사실 세상, '나'를 보다 선명히 표현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문득 표현의 대표적 방법인 '언어'란 무엇인가 궁금해졌다. 이전에는 언어가 인간에게 부여된 하나의 형벌이라 생각하곤 했다. 언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보다 많은 것을 드러내는 몸짓, 눈길, 표정을 놓치게 되고 과도하게 언어에 집착하며 되레 그 의미를 왜곡하곤 하니까. 언어는 상대방을 가리고, '나'를 묻어두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어쩌면 '언어'는 축복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때때로 고통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상대를 이해하지 않아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내게 너무 가혹한 상처를 남긴 이를 이해하다 보면 내게 남은 상흔은 미처 돌보지 못하게 된다. 모든 이의 사정을 고려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으로도 버거운 우리들에게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버텨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만든 게 아닐까. 언어라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찬혁 씨는 그 제한된 축복을 있는 힘껏 노래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악동뮤지션, 물 만난 물고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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