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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Mar 29. 2017

당신을 놀라게 할 <미스 슬로운>

신념을 위해 무섭게 질주하는 외로운 로비스트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찍혀 생소하기만 한 '로비',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미국의 법 체계를 다룬 탓에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던 영화. 하지만 끊임없는 반전과 숨가쁜 전개는 러닝타임 132분이 짧게 느껴질 만큼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반드시 당신을 놀라게 할' 영화, <미스 슬로운>의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출처: Daum 영화

1. 엘리자베스 슬로운의 삶과 철학


'히튼-해리슨 법(총기 판매 시 보편적 신원 조사를 의무화 하는 총기규제 강화 입법안)'의 입법을 위해 의원들 및 언론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로운(리즈). <미스 슬로운>은 목표를 향한 그녀의 무서운 질주를 박진감 넘치게 조명한다.

리즈의 성공과 명성을 이룬 것은 바로 '신념있는 로비스트는 이길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그녀의 철학. 하지만 그녀의 확신대로 게임을 주도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도를 넘는 리즈의 행태에 주위 사람들은 상처받기도 하고 그녀를 떠나기까지 한다.

그래도 리즈는 남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일관적으로, 아니 오히려 더 가혹하다. 각성제에 의존하고 사랑까지 돈으로 해결하는 등 리즈는 자신이 믿는 일을 위해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한다. 그녀의 신념과 성공을 동경해야 할지 동정해야 할지 헷갈리며 관람하게 되는 것이 <미스 슬로운>만의 특별한 점이 아닐까.

곤경 속에서도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적들의 공격을 감당하는 리즈의 모습은 강인하면서도 애처롭다.




2. 현실적인 더러운 세상, 비현실적인 사이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완벽한 리즈의 몸매가 일단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영화에서는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거대권력의 뻔한 수작을 대단히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법안의 정당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리즈의 과거 경력과 사생활이 파헤쳐지고, 매수된 언론은 리즈의 해명에는 관심도 없다. 법안에 대해 어떻게든 딴지를 거는 장면에서는 보는 내가 다 부아가 치밀어오른다.

이에 대해 리즈는 눈 하나 깜짝 않는 쿨한 대응과 헌법의 근간까지 뒤흔드는 폭탄 발언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흥미진진한 갈등과 해소의 반복이 놓쳐서는 안 될 <미스 슬로운>의 또다른 관람 포인트이다.




+아쉬운 점:

워낙 재미있게 봤던 터라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없어도 됐을 개그욕심(눈치 못챘을 정도로 별 것 아님)과 한국판 포스터(?!)

개인적으로는 한국보다 미국의 영화 카피에서 <미스 슬로운>의 본질이 더 잘 느껴진다. 스토리가 '거대 권력에 맞선 가장 영리한 전쟁'을 배경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인공인 미스 슬로운의 '반드시 그들을 놀라게 하라(Make sure you surprise them)'는 직업 신조, 그리고 신념을 위해 질주하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그녀의 삶이기 때문이다.


워낙 직설적인 영화라서 그런지,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소개글을 작성하기가 참 어렵다. 그럼에도 심혈을 기울여 남기는 나의 한줄평:


리즈가 결국 자신의 신념을 따라 독불장군의 행보를 계속할지, 슈미트의 코멘트(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 믿지 않는다.)를 따라 타협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영화평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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