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지옥에 갇힌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스포X)
<하루>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목숨보다 소중한 딸, 그리고 아내를 구하기 위한 두 남자의 분투, 그리고 더 나아가 '정의구현'이 그들의 지옥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담은 영화이다. 사실 <소스코드>,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재난을 막기 위한 타임루프' 설정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에 가미된 사랑, 복수, 정의 등의 드라마적 요소는 믿고 보는 배우, 김명민과 변요한의 열연과 어우러져 진부함을 용케 피해나간다.
3년 전, 잘 나가던 대학병원 커리어를 떠나서 인도주의적인 의료활동을 펼치며 세계적인 존경과 선망을 받는 준영(김명민). 명예나 특권에는 전혀 무관심한 그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아픈 손가락은 그의 딸, 은정(조은형)이다. 하나뿐인 가족이면서 심장질환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딸이기에, 준영은 자기를 서운하게 여기는 사춘기 딸에게도 그저 애틋하기만 하다. 그런 준영에게 딸이 죽는 교통사고를 눈 앞에서 목격하는, 악몽 같은 하루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하루가 끝이 없이 반복된다.
딸을 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던 준영에게, 그 하루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이 찾아온다. 민철은 반복되는 사고 현장에서 아내를 매일 잃고 있다. 두 남자는 혹시라도 이 하루가 반복되지 않고 다음날로 이어질까봐 두려움에 떨면서 가족을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싸움을 반복한다. 이 하루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운명이 준 기회로 믿는 준영의 생각과 달리, 사고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이 하루를 돌리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지옥에 자신들을 빠뜨리는 것인지 두 남자는 서서히 깨닫는다.
찢어지는 후회 속에서도 도덕심을 믿으며 어떻게든 사고를 방지해보려는 준영과, 아내의 죽음 앞에 눈이 뒤집혀 물불 가리지 않는 민철이 모두 이해가 된다. 그리고 반복되는 악몽의 하루를 만드는 운명의 장난에게도 관객은 감히 돌을 던질 수가 없다. 결국 준영의 반성과 후회, 민철의 폭력적인 대응, 그리고 하루를 되돌리는 '그'의 잔인함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한 절규일 뿐이다. 이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주인공들의 연기력에 감탄할 뿐.
미스테리 스릴러로 구분되어 있지만 타임루프라는 초자연적 설정 외에는 오히려 드라마에 가까운 <하루>.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끔찍한 사고 앞에서 '정의'가 단편적으로 정의될 수 있을지, 그리고 진정한 정의구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하지만 초자연적 설정에 대한 개연성이나 근거가 과감히 삭제되고, 감수성만을 자극하려는 뜬금없는 장면들이 많아 몰입을 어렵게 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담을 만한 탄탄한 스토리였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줄평: 나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배우들은 사무치는 연기로 이를 멋지게 표현했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부실한 전개는 아쉽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