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치유자'를 이토록 잘 담아낸 영화는 없을 것이다
폴란드, 딱히 우리와 엮일 일 없어 친근하게 들리지 않는 이 나라로 '아이들'은 왜 간 것일까?
역사 속에서 지워진 아이들을,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폴란드로 보내지고 다시 되돌아온 한국 전쟁 고아들. 추상미 감독의 화장기 없는 얼굴만큼 담백한 고발이다.
인터뷰를 하는 푸른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른다. '이들은 왜 이렇게 서럽게 울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쟁고아를 잠시 맡아 기른 폴란드의 노인들이 동포인 우리도 하지 못하는 사랑을 발휘하는 것은 단순한 인류애 이상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고통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영화는 곧이어 '과연 그들이 아니라면 이렇게 서럽게 울 수 있었을까' 깨닫게 한다. 상처입어본 자만이 치유할 수 있는, 깊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 동병상련이라는 말로 일축하기에는 너무나 큰 폴란드인들의 사랑이 그 아픔을 치유한다. 노인들이 떨구는 눈물은 그저 그리움이 아니라, 자신과도 같은 그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일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65년째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남한도 아닌 북한으로 송환된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들의 말을 전할 수 있으랴.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통해 그 사랑만큼은 온 사회에 전달되리라.
+영화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 이 시대의 탈북 청소년에게까지 관객의 주의를 이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한줄평: 시간과 공간, 역사적 사실과 연출을 넘나들며 인간의 인간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조망한 영화.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