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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Nov 08. 2018

촌스럽지만 사랑스럽다, <청설>

장애와 사랑과 가족에 대해, 깊고도 발랄하게 담아낸 영화

벌써 개봉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영화라서인지(한국에서는 2010년 개봉), 대만영화 특유의 감성 때문인지 <청설>은 인터넷 소설과 같은 촌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와 사랑스러운 주인공들 덕에 10여 년의 시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청설>의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청각장애인이자 수영선수인 언니의 성공을 위해 알바에 찌들어 살면서도 밝기만 한 양양, 그리고 그런 양양에게 다가온 도시락집 순정남 티엔커. 이들은 여느 커플과 다를 바 없다. 수화로 의사소통 한다는 점만 빼면.


1. 진짜 사랑에 대한 고찰

티엔커는 양양에게 청각장애가 관계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 거라고 설득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양양이 느끼는 현실의 벽은 높다. 오히려 그런 양양을 변화시킨 것은 양양이 그토록 사랑하는 언니, 샤오펑. 샤오펑은 언니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양양에게 진짜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풋풋한 청춘로맨스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트루 러브를 논한다는 점에서 꽤나 내공 있는 영화라고 느낀다.



2. 사랑스러운 조연들

악역이 없는 영화를 보면 마음이 따스해지는데, <청설>이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다. 우선 10여 년 전 시트콤에나 나올 법한 티엔커 부모님의 꽁트가 너무 귀엽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둘러싼 많은 사건들도 누군가가 악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너무나 현실적인 트러블이다. 그래서 조연들은 모두 사랑스럽고, 이해가 간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복수해야만 사이다라고 극찬받는 오늘날, 보기 드문 둥글둥글한 전개다.




3. 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기

장애를 그 사람의 '정체성'이 아닌 '비고'로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인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부터도 적지만, 막상 만나게 되면 나 또한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상대를 더 불편하게 만들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청각장애인으로 대표되는 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상대를 '무언가 필요한 사람'으로만 규정하고 요청하지 않은 배려와 희생으로 부담을 주는 건 잘못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상대방을 먼저 사람으로 대하고 사람으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영화는 참 의미있다.



한줄평: 깨알개그와 사랑의 본질은 10년의 세월과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는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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