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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잠의 기적이 찾아오다

D+87일의 기적.

by 라나

어젯밤에 잠의 요정이 찾아와 준 덕분에 복숭이가 통잠을 자는 기적을 보여줬다.

저녁 7시에 잠들어 우는 소리에 깨어 달려가 보니 어느덧 5시 새벽녘이 되어있었다. 혹시 새벽에 엄마를 애타게 찾아 울부짖었는데 제가 그 소리를 못 듣고 뻗어 자버린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을 했다가 꿀잠을 잤는지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아기를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옆집 아가들은 이 맘 때 다들 통잠을 잔다고 해서 부러운 마음도 없지 않아있었는데 역시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억지로 재촉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우리 아가에게도 통잠의 기적이 찾아와 주니 더욱 기뻤다.

육아는 인내의 연속이다. 한 번으로도 못 참을 일들을 '자식'이라는 이유로 수십 번 참고 연단하는 성자가 되어가는 게 부모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모성애라는 이름 하에 엄마는 슈퍼우먼이 된다. 맨손으로 잡지 못했던 모기 한 마리도 부모가 되면 어느새 손바닥은 파리채가 되어 있다. 두 팔로도 힘들어 들지 못했던 짐들도 이젠 두 팔은 사치가 되었다. 한 팔로도 번쩍번쩍, 다 가능해지더라- 점점 굵어지는 팔뚝 때문에 더 이상 사진 속 제 모습이 싫어지지만 아이를 보호하는 더 큰 방패가 생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내심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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