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시라 자작시 : 어느 날

시편 13

by 하나시라

어느 날

차가운 바람이 사납게 불던 그날

낙엽이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던 그날

나는 그날을 기억한다

떠나갈 이에게 남은 건 발걸음뿐이라

곡선을 그려도 앞을 바라만 보면 앞이리라

그렇게 나는 차가운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 날

세차게 빗물이 떨어지던 그날

다음 계절을 알려주는 듯한 그날

나는 그날을 기억한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을 수 있는 것은 용기라

세로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가로 걷는다

그렇게 나는 차가운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인가 보았던 무지개다리는 무너졌고

걸었던 곡선은 날카로운 바람이 되었고

세차게 떨어지는 빗물은 소원이 되었다

아름다운 날을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무지개다리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따뜻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용기가 필요할 뿐이었다

곡선을 그리던 계절이 다가온다

나는 제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눈부시도록 아프던 날

나는 그날을 걸어갔다

어느 날

무지개다리가 보이던 날

나는 그날을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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