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에서 시자떼기 연제 10

요양병원 적응

by 고매헌 한유경


아흔넷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회복되자 맑은 정신으로 잘 적응하고 계신다 당신 발로 걸을 수 없다는 것 빼고는 다 건강하시다

시어머니 본래의 성향은 자신만만하고 세상 무서운 일 없는 당신 자식 밖에는 모르는 분이라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나, 자존심 상해하면 어떨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계신다

서울 큰아들은 원래부터 너무나 먼 당신이 되었고 살가운 둘째 아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낸다. 둘째 아들은 지극 정성으로 봉양을 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문안을 간다

둘째 며느리인 난 마음이 내키면 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시어머니의 총명함이 나를 긁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기억해서 가끔 두 손을 마주 잡고 고맙다 미안하다 하시는데

고마운 마음보다 그 불편함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난 슬그머니 나의 두 손을 양손에서 빼낸다


시자를 떼고 그냥 어머니이고 싶은 마음과

언제나 당신 아들이 먼저인 모자의 마음이

난 고마울 리가 않다, 그저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나 앞에서 그런 척하는 마음들이 보인다

언제쯤이면 시어머니의 진심이 보이고 남편의 사과가 나의 마음을 가라앉힐까?

오늘도 거짓말 같은 고마움을 표하는 남편이 밉다 타인을 향한 고마움이 아니라 내 마음 편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발동이란 게 너무나 명확히 보이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어니에서 시자 떼기 연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