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열날 때 등원여부, 대응법 플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제일 먼저 한 가지를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거예요,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가 아픈 게 아니고, 보호자가 옆에 없어서 열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원래 자주 아프고, 그건 면역력을 키워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24시간 옆에 있어도 아이는 열이 나고, 똑같이 당황하고 걱정합니다.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말씀은 이해가 되는데요... 저는 직장을 다녀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열이 있으면 등원을 못하잖아요. 해열제를 안 먹이고 싶어도 먹일 수밖에 없어요."
지금부터 알려드릴 방법들은 '실전에서 쓰는 워킹맘 매뉴얼'입니다. 저 또한 워킹맘이므로 제가 실제로 하는 매뉴얼입니다.
아이가 열이 날 때 직장인 엄마는 크게 두 가지 걱정이 생겨요.
첫 번째, "내가 없는데 아이가 더 아파지면 어쩌지?"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고열이 오르거나,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내가 바로 못 가는 데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두 번째, "우리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까지 아프면 어쩌지?" 단체생활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는 건 아닐까, 다른 부모님들한테 미안하고 눈치 보이는 마음. 선생님들도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고요. 일반적인 감기는 단체생활 중에 앞으로 늘 겪어야 하는 상황이고, 이 과정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하는 과정이므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감염성이 높은 질환의 경우에는 등원을 하면 안 되는데 아래의 * 명확하게 등원 불가한 경우(보건복지부 지침):감염성 질환을 참고해 주세요.
이 두 가지 걱정, 모두 당연하고 또 책임감 있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대응하면, 두려움은 줄이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등원 가능 여부는
'체온계 숫자'가 아니라
'아이 상태'로 판단
보내도 괜찮은 경우:
미열(37.5~38도)이지만 잘 먹고 잘 논다
* 38도부터 발열, 40도부터 고열입니다(작가의 지난 글들을 꼭 읽어주세요)
밤에 열이 났지만 아침엔 떨어지고 기운이 있다.
예방접종 후 발열 (1-2일 내 호전)
이 날 때 나는 미열
쉬어야 하는 경우:
39도 이상 고열이 지속
열이 없어도 축 늘어지고 기력이 없다
잘 먹지 못하고 계속 보챈다
열과 함께 구토, 설사가 심하다
명확하게 등원 불가한 경우
(보건복지부 지침):감염성 질환
수족구병 (발진이 아물 때까지)
수두 (모든 물집이 딱지로 변할 때까지)
유행성 결막염
백일해, 홍역, 볼거리 등 법정 전염병
발열과 함께 심한 설사/구토 (노로, 로타 의심)
어린이집에
구체적으로 요청하세요
"선생님, 오늘 아침 37.8도였는데 잘 먹고 놀아요."
"오늘 열이 좀 있을 수 있는데, 38도대까지는 괜찮고, 39도 가까이 올라가거나 아이가 많이 힘들어 보이면 해열제(타이레놀/부루펜) 먹여주시고, 연락 한번 주실 수 있을까요. 약은 가방에 넣어뒀어요."
* 39도를 어린이집에서 부담스러워하시거나 걱정하신다면 38.5도 기준으로 잡으셔도 괜찮아요.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자고 싶어 하거나 피곤해하면 자게 해 주세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거나, 토하거나 설사하거나 다른 증상이 있으면 바로 연락부탁드려요"
어린이집과 잘 소통을 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부모 동의하에 해열제를 먹여주시는 게 가능합니다. 그동안 만약을 위한 플랜 B를 준비합니다. 반차/조퇴 가능성 미리 직장에 언급하거나, 배우자나 조부모님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열이 오르자마자 즉시 해열제 투여
4~6시간마다 시계를 보며 정기적으로 투여
37.5도에서도 "혹시 몰라서" 미리 투여
타이레놀과 부루펜을 교대로 투여
열이 38.5도 이상이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만 투여
잠을 잘 자고 있다면 깨워서 먹이지 않기
해열제 효과가 떨어진 후에도 아이가 괜찮으면 추가 투여 미루기
가능하면 하루 1~2회로 최소화
열이 오르는 초기(첫 24시간)가 면역계가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해열제로 열을 계속 억제하면 면역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감기가 길어지거나 재발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등원 기준 온도가 있다면, 등원 가능 온도를 맞추기 위해 아침에 해열제를 먹이는 것을 고민하시게 됩니다. 이럴 때 이렇게 해주시면 좋아요.
전날 밤 체온이 38도 미만으로 안정적이었나요?
아이가 밤새 푹 잤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나요?
→ YES: 해열제 없이 등원 시도해 보기
→ NO: 해열제 투여 후 30분~1시간 뒤 체온 확인하고 등원
기억하기: 해열제는 "열을 떨어뜨리는 약"이 아니라 "아이의 불편함을 줄이는 약"입니다.
발열 1-2일: 휴가나 반차가 가능하다면 하루 집에서 쉬면서, 39도 부근에서 아이가 힘들어할 때만 해열제 사용, 아니라면 해열제를 챙겨 등원시키신 후 동일한 방식으로 선생님께 해열제 복용 요청드리기. 평소에는 감기 치료 대응대로(초기 시기가 가장 중요)
**작가의 이전 글에 아기가 열이 날 때 대응하는 방법, 해열제와 항생제 먹이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써두었습니다. 꼭 읽어주세요**
발열 2-3일 이후: 등원 시 위의 1) 번 항목 체크하여 해열제를 쓰거나 안 쓰고 등원
1) 적정 용량, 적정 간격 지키기
아이 체중에 맞는 정확한 용량
"혹시 몰라서"가 아닌 "정말 필요할 때"만
아세트아미노펜: 생후 4개월부터, 4-6시간 간격
이부프로펜: 생후 6개월부터, 6-8시간 간격
해열제 교대 사용은 권장되지 않음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일 필요 없음
충분한 수분 섭취
해열제를 먹였다면 더욱 수분 섭취 중요
물, 보리차, 미지근한 과일즙 등
아이가 원하는 만큼 자주 주기
영양보다 휴식
밥을 많이 안 먹어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먹이지 말고 소화가 잘되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
잠을 충분히 자게 해주는 것이 최고의 치료
감기약(콧물약, 기침약)은 신중히 사용하기
해열제는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상황이 있지만, 콧물약, 기침약, 종합감기약은 최대한 신중히 사용하셨으면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에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주세요.
왜 피해야 하나요?
콧물과 기침은 몸이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과정
이걸 억제하면 오히려 감기가 길어짐
부작용: 입맛 저하, 졸림, 면역력 약화
대신 이렇게 해보세요:
기침: 따뜻한 물, 가습
가래: 등 토닥이기, 세워서 안아주기, 수분 섭취
한의학적 도움도 가능합니다.
저는 열이 나는 초기 감기에 갈근탕이나, 아이의 체질에 따라 은교산 류의 한약을 먹입니다. 초기의 코감기과 기침에는 패독산이나 소청룡탕을 먹입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물약처럼 나오는 연조 한약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노란 콧물로 변하거나 가래가 끈적할 때는 형개연교탕이라는 한약이 잘 듣습니다.
7살 4살 두 조카도 동일한 방법으로 항생제나 해열제를 먹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왔습니다.
아이들은 굉장히 빠르게 열이 오르고 빠르게 열이 내리고, 빠르게 진행되고 빠르게 낫는 특징이 있습니다.
직장인 엄마에게 한약이 도움 되는 이유: 빠른 증상 완화, 면역력 증진
갈근탕은 감기 초기 6~12시간 내 복용 시 효과적
열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몸이 스스로 열을 조절하도록 도움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유지
보통 1-2일 내 열이 떨어지고 컨디션 회복
점점 면역력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감기 빈도 줄어듦
복용 방법: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 즉시 (초기가 중요)
하루 2-3회, 1-2일
해열제와 병용 가능
낮에는 갈근탕, 밤에 정말 힘들면 해열제
또는 갈근탕 먼저 시도 후, 효과 없으면 해열제
완벽한 육아는 없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관찰하고
필요한 만큼만 개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것
해열제를 먹이더라도, 이 글의 원칙들을 기억하며 최소한으로,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보호자님은 혼자가 아니고,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최선을 알고 있습니다.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면서 면역의 힘을 획득하는 중이고, 앞으로 더 건강해지고 씩씩하게 자라날 거예요.
이 글은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든 부모님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파이팅!! 궁금하신 내용이나, 글로 더 알고 싶으신 내용들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다정한 한의사 혜선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