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의 공통점

한의사가 보는 '면역력 약한 아이'의 진짜 이유

by 혜선생




우리 아이는 왜 맨날 감기인 걸까


"선생님,
저희 아이는 감기가 끊이질 않아요.
낫는가 싶으면 또 콧물이 흐르고,
또 기침을 해요.
혹시.. 면역력이 너무 약한 걸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 면역력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드려볼게요.


면역력,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면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밖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막아내는 ‘방어 면역’,
다른 하나는 우리 몸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조절 면역’이에요.

싸울 힘과, 흥분을 가라앉히는 힘.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아이 몸은 가장 편안합니다.


1) 감기에 너무 자주 걸리는 아이는 방어 면역이 약한 경우가 많고,

2)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심한 아이는 조절 면역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아요.


몸 안의 바른 기운인 방어면역이 충분하면 외부의 바이러스, 세균등을 잘 이겨낼 수 있거든요.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는 방어면역이 약한 상태, 즉 몸이 싸울 힘을 제때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 우리 아이, 정상적으로 감기 걸리는 횟수, 대처, 해열제와 항생제 사용에 대한 내용은 작가의 지난 글을 읽어주세요.

아기가 열이 나요 해열제, 항생제는 언제 먹이 나요

우리 아이 감기와 발열, 해열제·항생제 사용 가이드




허약아란 무엇인가요

한의학에는 '허약아(虛弱兒)'라는 개념이 있어요. 단순히 마른 아이, 작은 아이를 뜻하는 게 아니에요.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불균형한 상태에 있는 아이를 말해요.


한의학에서는 허약아는 체질에 따라 증상이나 패턴이 달라요.


1. 호흡기가 약한 아이

image.png

이런 아이들은 얼굴이 희고, 기운이 약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목소리가 작거나, 쉽게 지치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기도 해요.


환절기만 되면 콧물과 기침이 반복되고, 편도가 잘 붓지요.

image.png

피부 장벽이 약해 아토피나 피부건조증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부 장벽 손상과 호흡기 알레르기가 같은 면역 기전(Th2 편향)을 공유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2. 소화기가 약한 아이


잘 먹고 소화를 시켜서 흡수가 잘 되어야 에너지가 생기고 면역력이 높아지는데, 잘 먹지 못하니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요. 감기가 걸리면 회복이 유독 느린 편이에요.

image.png

밥을 잘 안 먹거나 편식이 심하고, 배가 자주 아프다고 말해요. 설사를 자주 하기도 해요.


진료실에서 아이의 복부를 보면, 갈비뼈가 좁고 작은 경우가 많아요. 눌렀을 때 여기저기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체형은 마른 편이 많지만, 배가 볼록하게 나온 아이도 많아요.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한 상태가 만성화된 거예요. 입 주변이 잘 짓무르거나 입술이 자주 트는 것도 한의학에서 보는 소화기가 약한 아이의 특징 중 하나예요. 손발이 찬 경향도 있습니다.


3. 염증 반응이 잦은 아이


외부 자극에 몸이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아이예요. 조절 면역이 균형을 잃으면, 몸은 싸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계속 싸우려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얼굴이나 피부가 쉽게 붉어지고, 두드러기나 아토피, 습진이 반복돼요. 감기가 오면 고열증상과 대번에 중이염이나 축농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땀이 많고 체온이 높은 편이며, 변비소변이 노랗고 진한 경향도 보여요.

image.png

음식, 밀가루, 유제품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잘 나타나기도 해요.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예민한 편이거나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도 많아요.


몸이 과하게 흥분하지 않도록 열을 식히고, 쌓인 습을 빼주는 방향으로 조절 면역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성장 에너지가 부족한 아이

image.png

한의학에서는 아이가 자라는 힘, 즉 뼈와 뇌, 호르몬의 근본 에너지를 신(腎)이라고 부릅니다. 신이 충분한 아이는 잘 자고, 잘 자라고, 무서운 것 없이 씩씩해요. 반대로 이 에너지가 부족한 아이는 성장과 발달 전반에서 또래보다 조금씩 처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image.png

키와 체중이 또래보다 작은 편이고, 뼈나 근육의 발달이 느린 경우가 많아요. 겁이 많고 낯을 심하게 가리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자다가 자주 깨고, 악몽을 꾸는 아이도 있어요.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밤중 소변을 늦게까지 실수하기도 해요. 머리카락이 가늘고 숱이 적거나, 치아가 늦게 나는 것도 이 유형의 특징이에요.


image.png

검사를 해도 수치상 뚜렷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어디가 아프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답함을 느끼실 때가 많죠. 하지만 아이의 몸은 분명히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성장의 근본 에너지를 채워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론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겹치는 경우도 흔해요.


큰 그림은 같아도, 아이마다 치료가 달라지는 이유


체질이 타고난 바탕이라면, 변증은 지금 이 아이의 몸 상태를 보는 거예요. 같은 체질이라도 지금 어떤 상태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져요.


앞에서 호흡기가 약한 아이, 소화기가 약한 아이, 염증이 잦은 아이, 성장 에너지가 부족한 아이로 나눠본 것도 아이를 힘들게 하는 원인을 찾아가는 큰 그림의 과정을 쉽게 설명드렸어요.


진료실에서는 이 큰 그림 안에서 아이의 상태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요. 맥도 확인하고, 혀의 상태와, 배의 상태, 손발이 찬 지도 다양하게 확인합니다. 지금 열이 많은지 찬 지, 수분이 부족한지, 순환이 안되는지, 아이 몸의 어느 부분이 지쳐있는지를 보고 치료 방향을 잡아요.


"우리 아이, 요즘 유독 이런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시면, 나머지는 진료실에서 함께 찾아갈 수 있거든요.


한약이 필요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ㅁ 1년에 호흡기 감염이 8회 이상 반복되는 경우


ㅁ 감기가 낫는 데 2주 이상 걸리는 경우


ㅁ 축농증이나 중이염이 잦은 경우


ㅁ 항생제나 해열제를 쓸 일이 잦은데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경우


ㅁ 성장 속도가 또래에 비해 현저히 느린 경우


ㅁ 밥을 안 먹어 체중이 계속 잘 늘지 않는 경우


ㅁ 자다가 자주 깨거나 정서적으로 예민해서 일상이 힘든 경우예요.


감기를 자주 하는 아이는 나쁜 바이러스를 자꾸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날 때마다 이겨낼 힘이 부족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아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방향을 잡아주는 것.
저는 그걸 ‘면역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약한 부분을 잘 채워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더 잘 먹고, 더 잘 자고,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아이도, 부모님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해지실 수 있어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다정한 한의사 혜선생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장인 엄마를 위한 현실적인 발열 대응법